한발 떨어져서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세상 이치지만 당하는 입장일 땐 이만큼 억울한 게 또 없다.
이런 과오가 가볍지 않다는 것은 삼성도 안다. 일등기업에 대한 사회의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납득할 만한 얘기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선(善)이라 믿었던 스티브 잡스식 기업관을 따르면 삼성은 애플 못지 않은 혹은 애플 이상 가는 착한 기업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000억원을 사회공헌에 썼다. 웬만한 대기업이 한 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환원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일이 아니다. 이만하면 평균을 넘어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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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삼성 기사엔 이런 댓글이 달린다. "그냥 본사를 해외로 옮기세요." 국정농단 사태와 드루킹 사건을 거치면서 댓글을 댓글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지만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배어나는 속뜻까지 부인하긴 어렵다.
가능하지도, 가능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삼성이 처한 현실'을 '기업이 처한 현실'로 바꿔써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데서 입맛이 더 쓰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한쪽에 쏠린 평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김 전 총리가 살아 있다면 "세상에 죽을 죄는 없다"는 말도 덧붙이지 않을까. 기업을 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