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자 브레이크 밟은 정부…여의도·용산 개발 ‘딜레마’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8.07.2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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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개발계획 공개 후 일대 부동산 들썩, 정부 협의기간 고려해 발표시점 미뤄질 듯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계획에 일침을 가하면서 여의도 재건축아파트, 금융지구 등 일대 지구단위계획 ‘가이드라인’ 공식 발표 시점이 늦어지게 됐다.
 
24일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보고 발표시점을 조율 중이었는데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데다 보완책도 필요해 다음달 발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대규모 개발계획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중간에 좌초될 경우 파급효과가 큰 만큼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돼야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은 시의 권한이지만 현실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박 시장이 밝힌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이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단지와 공원, 쇼핑센터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 직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집값은 급등했고 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여의도 마스터플랜) 방안에 대해 일부 위원이 보완책을 요구했다. 위원들은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지역 집값을 올려놓을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을 고려한 물류운송계획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용산역 개발계획은 여의도보다 속도를 내기가 더 어렵다. 철도역 개발의 최종 결정권이 정부에 있어 구간 지하화 등 박 시장이 언급한 내용이 그대로 추진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상에 건립되는 공원, 쇼핑센터 등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자체 결정할 수 있지만 통합역사, 구간 지하화 등 철도정책은 정부가 결정한다”며 “시가 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건의하는 구조고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개발계획 발표 이후 여의도, 용산 일대 집값은 호가가 1억~2억원 뛴 매물이 등장했다. 서울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발계획과 투기억제조치를 함께 강구할 방침이지만 이미 가격이 뛰기 시작해 ‘뒷북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계획에 대해 대립각을 종종 연출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임기 내 가시적 개발성과를 내려는 박 시장의 행보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와 ‘불협화음’을 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은 장기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박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재개발계획을 임기 내에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일대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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