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이 다양화한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타깃 독자를 세분화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면서 디자인을 강화하는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이때 디자인은 책의 소장가치를 높이거나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요소로 활용된다. 라이프스타일 업체 '데일리라이크'가 디자인한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위)와 동시대 회화 작가들 작품을 표지로 활용하는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사진=각 출판사
#대학생 박혜진씨(24)는 '책방투어'가 취미다. 원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올 봄 친구와의 제주도 여행에서 우연히 독립서점 '소심한 책방'에 들렀다가 동네서점 매력에 '입덕'(특정 분야에 마니아가 되기 시작한다는 뜻의 신조어)했다. 박씨는 "대형서점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특유의 분위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책을 발견하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지역별 독립 서점을 찾아 리스트를 만들고 틈날 때마다 '도장 깨기' 하듯 책방을 찾아다니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족적을 남긴다.
눈길을 끄는 '예쁜 책'들이 특히 인기다. 책 내용에 맞는 그림과 일러스트를 적용한 표지의 책들은 소장가치를 높이고 젊은 독자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과거 출간 책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새로 내놓는 한정판 '리커버북'도 주목받는다. 민음사는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 이어 올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리커버북을 출간해 기존 소설 팬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동시대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표지로 만들고 있는데 시리즈 전체를 사 모으는 독자들도 많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 쪽에서도 다양해진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고 있다"며 "디자인을 강조한 책이 많아졌다지만 타깃 독자에 따라 책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활용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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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확고한 콘셉트의 독립서점들이 늘면서 서점이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각종 SNS에 '#책방투어'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각 지역의 독립서점을 방문한 인증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018 책의 해'를 계기로 조직위원회가 6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 운영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도 인기다. 지난달 29일 서울·광주·제주·인천·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의 서점 77곳에서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각 책방만의 문화에 젖어 '불금'을 보냈다.
출판계는 이 같은 현상을 하나의 '문화 운동'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 활동에 그쳤던 독서가 함께 모여 토론하고, 책을 매개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지난달 '심야책방'을 통해 '취향의 공동체'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공통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책을 느끼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멋있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구나, 책을 놓고 사람들과 만나니 공허하지 않구나, 독서 모임이 어떤 모임보다 지적이고 교양있는 모임이구나'라는 생각들이 확산되면 독서문화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아직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서점들이 많지만 이러한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그 지역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