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삼성 이어 미래에셋 지배구조도 겨냥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04.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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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리스크 주요 감독대상에 '미래에셋' 대부분 해당…"규제 법제화 전에 개선하라" 주문

금융당국이 삼성에 이어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를 겨냥하고 나섰다. 올해 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제정 이전에 그룹리스크 해소를 주문한 것.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금융민주화’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유광열 원장 대행 주재로 삼성, 현대차, 한화, 롯데, 미래에셋, 교보, DB금융 등 금융그룹 임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금융그룹의 주요 문제들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룹간 교차출자 △차입자금으로 자본확충 △자본의 이전가능성 △내부거래 의존도 과다 △부외계정 투자 △금융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지원 등 6가지의 그룹리스크 사례를 제시했다. 이중 절반인 3가지가 미래에셋을 겨냥한 것이다. 그룹리스크는 업권별 감독에선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선 주요 감독대상이 된다.

금융당국, 삼성 이어 미래에셋 지배구조도 겨냥


'그룹간 교차출자'는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간에 이뤄진 자사주 맞교환이, '차입자금으로 자본확충'은 미래에셋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차입자금으로 계열사에 출자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해당된다. 또 '부외계정 투자'는 미래에셋그룹이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미래에셋과 네이버간 자사주 맞교환은 처분제한 등 주식 활용 제한으로 그룹의 자산처분 능력과 지급여력 등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모회사의 차입금을 통한 계열사 출자는 '차입금 상환 압력→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배당 요구' 등으로 그룹의 자금운용이나 지급여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룹내 계열사들이 SPC나 PEF(사모펀드)에 출자해 기업 인수에 참여하는 경우는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설계하면 회계상 확인이 안되는 일종의 '그림자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다른 금융그룹도 해당되긴 하지만 모회사의 계열사 보유 지분이 낮아 위험 발생시 자본의 신속한 재배분가 곤란한 '자본의 이전가능성'과 '내부거래 의존도 과다'까지 포함하면 미래에셋에 들어맞는 그룹리스크는 6가지 중 5가지에 달한다. 다만 '내부 거래 의존도 과다'는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집중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유일하게 미래에셋에 해당되지 않는 '금융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지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사례였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각 사례를 익명으로 처리했지만 5가지 사례가 미래에셋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떤 금융그룹인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특정 금융그룹을 겨냥해 사례를 든 것은 아니지만 뜨금한 곳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및 계열사간 출자 등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그동안은 감독할 근거가 없어 용인해왔다"며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시범 적용한다. 또 오는 7월 이후 7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실태평가를 통해 그룹리스크 관리실태가 미진하거나 자본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영개선계획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는 자본확충이나 그룹내 계열사간 내부거래 축소, 출자관계 해소 등이 포함된다. 법 제정 이전까지는 강제성이 없지만 법 제정 후엔 개선계획 불이행시 그룹명칭 사용 금지, 동종 금융그룹으로 강제 전환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개정 후 가령 1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그때 가서 유예해 달라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 미리 리스크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그룹이란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아니지만 증권, 자산운용, 보험, 카드 등 다수의 금융회사를 운용하고 있는 그룹을 의미한다. 현재는 각 업권별 규제만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도입해 개별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그룹에 대해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위험전이 가능성 등을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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