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에 자율주행차 기술 탑재…누운 사람 머리카락 흡입 사고는 옛말=2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초의 상업용 로봇 청소기는 2001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사 만든 '트릴로바이트'(Trilobite)다.
결정적으로 국내에서 23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자취를 감춘 트릴로바이트 이후 글로벌 가전 제조사들은 앞다퉈 로봇 청소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시장은 좀처럼 무르익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에 나온 로봇 청소기만 해도 누워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양탄자로 착각해 빨아들여 119가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로봇 청소기의 지능 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런 한계 속에서 2016년 인공지능(AI)이 등장하자 로봇 청소기는 기술적으로 '퀀텀 점프'를 이뤘다. 비록 로봇 청소기이지만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위치인식기술'과 '라이다'(LiDAR·물체인식센서)가 들어가고 여러 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본체의 동선, 일종의 알고리즘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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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3,700원 ▲600 +0.95%) '파워봇'은 정면에 적외선을 쏜 다음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빛이 맺히고 이를 이미지 센서에 반사(초당 최대 60장)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측정한다. 서울대 '로보틱스 앤 인텔리전트 시스템 연구실'은 LG전자 (110,200원 ▲700 +0.64%)의 '로보킹'을 어린이(6~7세)의 지능 수준(어린이, 유인원, 돌고래 순)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기능이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로봇 청소기 1위 업체 아이로봇(iRobot)은 지난해 물걸레 로봇 청소기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똑똑해진 로봇 청소기는 사용자들의 일상을 어느 정도 바꿔놨다.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줄여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규모가 약 25만대 수준이며, 세계 로봇 청소기 시장 규모는 2009년 5억600만 달러(약 5375억원)에서 2020년에는 30억 달러(약 3조19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선 청소기·홈 뷰티 기기, 국내 기업이 해외 원조(元祖) 넘어…선택 폭 늘어=글로벌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는 한국이다. 재작년까지 영국 프리미엄 가전업체 다이슨의 무선스틱청소기 열풍이 거셌으나, 불과 일 년 만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세로 상황은 역전됐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A9이 당초 기대보다 2∼3배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2017년을 전후로 무선청소기는 시장의 핫 아이템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워건'과 LG전자 '코드제로 A9'이 원조인 다이슨을 따라잡거나 넘어섰다고 본다. 다이슨은 경영진은 최근 방한해 "이제 유선청소기 사업을 접고 무선청소기에 집중한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출시한 홈 뷰티 기기 '프라엘'도 사실 필립스와 파나소닉 등 해외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하지만 LG전자는 모터와 LED(발광다이오드) 등 보유한 강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홈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라엘은 2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189만6000원)임에도 품귀를 빚었고, LG전자는 최근 증산을 결정했다. 상반기 중에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무선청소기와 홈 뷰티기기 등 신가전 분야로 진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신가전이 조만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