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졸속 승인 논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8.03.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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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터널 노선 안전성 검증 미흡…강서‧구로구 등 해당 지자체 반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2018 국가안전대진단과 관련해 서해대교를 방문,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2018 국가안전대진단과 관련해 서해대교를 방문,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승인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서서울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공청회 없이 졸속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건설과정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한다.

22일 건설업계와 입주자 단체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가학IC)과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방화IC)을 잇는 길이 20.2km, 왕복 4~6차로 민간고속도로 투자사업을 승인했다.



사업 시행사는 코오롱글로벌 (8,400원 ▲50 +0.60%)이 주관하는 서서울고속도로(주)다. 총 공사비는 6283억원으로 올해 5월 착공해 5년 후 완공될 예정이며 △국민연금(20%) △한국교직원공제회(15%) 등 공적 연기금과 보험사, 건설사 등 19개 기관이 출연했다.

이 사업은 2003년부터 추진됐지만 노선이 통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지연됐다. 광명시와 부천시는 환경오염 우려로 지하화를 요구했고, 강서구는 기존도로 확장 없이 개통될 경우 교통 정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논란이 커진 곳은 서울 마지막 택지개발 지역인 구로구 항동지구다. 총면적 66만2525㎡ 부지에 5200세대가 들어설 예정인데 서서울고속도로 노선 계획을 보면 이곳에 조성되는 항동초등학교 등 일부 지역 지하 약 40미터 위치에 터널이 관통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런 계획이 분양 공고 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토부는 2014년 관련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보다 늦은 2015년 항동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한양, 중흥건설 등 항동지구에 아파트를 짓는 시공사들도 계약서에 ‘인근 서서울고속도로 준공 계획’이라는 짧은 문구만 넣었다. “사실상 불완전 판매”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전문 단체(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에 용역을 맡겨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특이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구성원 중 일부가 서서울고속도로 컨소시엄과 연계된 건설사 관계자인데다, 검증 보고서 내용도 부실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항동지구 현안 대책위 관계자는 “적어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나 주민들이 생활하는 아파트 단지 부지 밑으로는 터널이 지나가지 않도록 노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주민 반대로 또 다시 사업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성급히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003년 사업자가 최초 제안한 노선은 양천구였고, 2007년에는 천왕신정지구 연결이 검토됐지만 모두 택지지구여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이달 초 강서·구로구, 경기 부천·광명시 등 4개 지자체는 서서울고속도로 관련 공동 대책을 논의했다. 각 지자체 요구안이 건설 사업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국토부에 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키로 했다. 오는 23일 국토부 방문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불안감이 커진 주민들은 청와대 청원도 제기했다. 한 시민은 “지하터널 공사시 이미 준공된 아파트나 학교에 균열이 생기고 지반 침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납득할만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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