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입장에서 계속 사업은 신규 사업보다 예산을 배정하기 쉽다. 신규사업은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라면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계속사업은 이미 타당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예산 증액에 정부 동의만 얻으면 된다. 정부로서는 의원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딱히 거부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삭감하고 그만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면 예산 총액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국고채 이자 지출 규모를 과다 책정한다고 수년 동안 지적해 왔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은 항상 정부안 대비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 깎이기 마련이다.
기재부 주요 국·과장이 예산 협상을 책임지는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전담해 '관리'하는 것도 오랜 관례다. 여야 간사들의 간지러운 곳(지역구 예산 증액)을 긁어주는 게 큰 역할이다. 일자리안정기금(3조원) 같은 정부 역점 사업을 원안 통과시키기 위해 지역구 예산이 협상 전략으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국회의원들과 정부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국민이 소외된다. 국민의 혈세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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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내년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을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 늘렸다.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늘렸는지 홍보하기 바쁘다. 국회는 한 푼이라도 더 필요한 곳과 지역 간 균형은 얼마나 고려했는지, 정부는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려고 한 1년의 노력을 스스로 허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