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책에 코드맞춘 펀드에 시중자금 몰린다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7.11.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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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정통적립식 펀드→한국의제4차산업혁명으로 개명…1000억 이상 자금몰이

文정책에 코드맞춘 펀드에 시중자금 몰린다


4차 산업혁명,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을 겨냥한 펀드로 시중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주식형 펀드 환매에 골머리를 앓아온 자산운용사들도 모처럼 화색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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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주 모집한 한국의제4차산업혁명 목표전환형 펀드에 1108억원이 유입됐다.



이 펀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28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펀드는 2003년 설정된 한국투자정통적립식 펀드의 투자전략을 수정해 지난 6월28일부터 새롭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때 설정액이 700억원대까지 늘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성과가 정체되며 지난 6월에는 58억원으로 소규모 펀드(설정 1년 이상, 설정원본 50억원 미만)로 전락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펀드 이름과 전략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6일 기준 이 펀드는 개명 이후 수익률이 13.39% 뛰었고 설정액도 200억원으로 늘었다. 목표전환형까지 포함하면 설정액은 1308억원에 달한다.

새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가 올해 펀드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금유입에 맞춰 관련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펀드 수익률도 양호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빠른 행보를 보인다.


인덱스 펀드와 채권 펀드로 유명한 교보악사자산운용은 2년 여 만에 내놓은 첫 액티브 주식형 펀드로 로봇펀드를 선택했다. 교보악사로보테크 펀드는 9월11일 출시해 두 달 만에 321억원을 모았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환헷지형 기준 4.37%다.

DB자산운용(구 동부자산운용)은 6월에 글로벌자율주행(810억원) 펀드를 선보인데 이어 7월에 글로벌로보틱스인덱스(51억원), 지난달에는 글로벌핀테크(448억원) 펀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만 3개를 출시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환헷지형 기준 14.66%, 12.19%, 4.66%를 기록했다.

KTB자산운용이 올해 5월 출시한 글로벌4차산업1등주 펀드는 1681억원이 몰렸고 설정 이후 18.11%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펀드는 입소문을 타면서 9월과 10월 모집한 목표전환형 펀드로도 427억원이 들어왔다.

이밖에 새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탈원전 정책 등으로 책임투자 펀드도 재조명받고 있다.

책임투자 펀드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를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5월에 하이사회책임투자 펀드에 이어 8월엔 삼성책임투자 펀드가 출시돼 각각 288억원과 372억원 규모로 운용되며 설정 이후 각각 6%대 수익을 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ESG 우수기업 ETF를 지난 8월 70억원 규모로 설정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의 정책 열풍을 타고 유행처럼 출시된 이들 펀드로 자금이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산운용사 사이에선 '4차 산업'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돈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4차 산업혁명, 지배구조 개선 등은 단기 테마가 아닌 장기 성장 동력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펀드가 관련주에 투자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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