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이 이들 통신 가입자의 페북 접속경로(라우팅)를 일방적으로 홍콩 소재 서버로 바꾼 탓이다. 페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전용 캐시서버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차례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으로 밝혀졌다. 캐시서버는 가입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용하거나 자주 보는 콘텐츠를 저장한 서버를 말한다. 지역에 캐시서버를 두게 되면 국제회선을 경유할 필요가 없어 전송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페북이 이들의 접속경로 중 일부를 홍콩 서버에서 원래대로 복구한 건 국감이 시작된 뒤다. 그 사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수십억~수백억 원을 들여 홍콩간 국제망을 증설해야 했다.
초창기 이들 콘텐츠 서비스는 국제 해저케이블망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전송됐다. 이후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급증하자 대륙별 주요 거점에 캐시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구글, 페북 등 미국 IT 기업들이 ‘망중립성’(Net neutrality)을 주창하고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이들은 각국 통신 이용자가 매달 인터넷요금을 내는데 콘텐츠 기업으로부터도 별도 비용을 받는 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채 지역 통신사들에 일방적인 망 투자를 강요하는 식이다.
국내 사업자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글로벌 기업과 달리 정량과 종량제를 혼합한 형태로 망 이용 대가를 통신사들에 지급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의 망 증설비용을 보전해주는 꼴이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특정 지역, 특정 인터넷회선 가입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건 그들이 주창해온 망중립성 원칙(가입자 차별)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소수 디지털 플랫폼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기울어버린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 민간 사업자들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국내 사업자와 차별 없는 망 이용대가 부과제도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룰 세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