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집권 후 부정부패 척결 등 비경제부문 개혁에 집중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금융 위험(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사건들이다. '글로벌 빅2'로 올라선 중국 경제와 함께 금융 부문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위험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업종을 넘나드는 '혼업 금융'이 활성화되고 인터넷 기업들이 주도하는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금융 안전판' 마련을 위한 중국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7일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7월26일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장관·성장급 지도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연구토론회에서도 환경오염 개선, 빈곤 탈피와 함께 금융리스크 억제를 3대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18일부터 열리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회의(당 대회) 이후 시작될 시진핑 집권 2기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노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먼저 단기시장금리를 올리고 채권시장의 레버리지를 단속하며 부동산 투기를 위한 펀딩을 못하도록 규제했다. 올해 들어서는 안방보험, 다롄완다, 하이항그룹 등 공격적인 해외 M&A(인수 합병)을 해온 기업들에 제동을 걸었다. 신규 M&A는 물론 이미 사들인 해외 자산을 매각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업 부채가 높아져 금융리스크를 키웠다는 판단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금융 부문을 제외한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1년 127%에서 2016년 166%로 39%포인트(p) 상승했다.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외환보유액도 2014년 6월 약 4조 달러에서 3년 새 3조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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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4, 15일 양일간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공작회의에서는 '슈퍼 감독 기구'로 불리는 금융안전발전위원회를 국무원 산하에 설립기로 했다. 금융 업종간 영영을 넘나드는 혼업 경영이 활발해지면서 리스크가 전이되고 감독 사각지대가 나타나는 등 기존 감독 체계의 한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은행·증권·보험·신탁 등 철저하게 업종별로 규제와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 온라인 기업들이 주도하는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종합 감독 관리의 필요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높은 부채에 허덕이는 국유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국영기업에 민간주주를 적극 유치한다는 2015년 9월 정부 결정에 따라 국영 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은 올해 8월부터 약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민간기업으로부터 수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혼합소유제'로 불리는 이 국유기업 개혁은 시 주석의 영향력이 더 커질 집권 2기에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금융 위험 관리는 성장과 안정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 주석에게 필수적인 과제다. 중국 경제가 GDP 증가율 10%를 넘는 고도성장기를 지난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유지 하기위해서는 각종 재정 정책들을 동원해야 한다. 그럴수록 리스크도 커진다. 경제 전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금융 안정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과도한 금융 규제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7월 금융공작회의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반대로 경제 타격을 우려해 개혁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정부가 부채 감축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경제성장률 목표를 포기하거나 폐기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 개혁에 나서고 공공 부문의 부를 부채 부담이 적이 민간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이를 꺼린다면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