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개월 남은 대법원장, 시대요구 묵살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7.06.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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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순수재야·진보성향 김선수 변호사 탈락.. 변협 "12월 퇴임하는 대법관 후임으로 재추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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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헌법정신에 맞게 행사해야 한다. 권한이 주어졌대서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다."(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1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조재연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2명을 문재인 정부의 첫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개혁 철학을 공유한 경험으로 유력 후보로 꼽히던 김선수 변호사는 제청대상자에서 빠졌다.



법조계 일각에서 이번 양 대법원장의 제청대상자 선정에 대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상 최초로 순수재야 출신의 대법관이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번에도 충족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시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양 대법원장이 무시한 것"이라며 "현재 대법관 중 검사출신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법관출신인데 이번 2명의 후보자 역시 법관출신"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툭하면 소수의견 없이 대법관 전원의 만장일치 판결이 나온 것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무시돼 생각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며 "법관이 아닌 변호사 출신으로서 과감하게 소수자들을 대변할 목소리를 내줄 최적의 당사자가 김선수 변호사였음에도 이번에 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 각계로부터 천거를 받은 후보군 중 본인의 신상정보에 대한 심사에 동의한 36명을 추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했다. 추천위원회는 천거된 이들의 신상과 재산정보, 병역, 학력, 출신, 범죄경력 등을 조회한 후 지난 14일 8명의 제청대상 후보자를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양 대법원장이 전달받은 8명 중 6명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오로지 법관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었고 이들 중 3명은 여성이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이 이번에 임명제청된 조 변호사였고 다른 1명이 김선수 변호사였다. 김선수 변호사만 순수재야 출신 후보자였던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임명제청권한이 있다더라도 그 권한은 시대적 목소리를 반영해 행사돼야 했다"며 "양 대법원장은 2017년의 한국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시험 27회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장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김선수 변호사는 민변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성향 변호사로 꼽혀왔다. 김선수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는 등 이유로 대법관 유력후보로 평가돼 왔지만 이번에 탈락했다.

김 변호사의 탈락은 법조계 대표적 보수인사로 꼽히는 양 대법원장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를 거부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표적인 우파인 양 대법원장으로서는 도저히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뽑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법원을 지금처럼 관료화시킨 주역인 양 대법원장은 결국 본인의 고집을 고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성균관대 출신인 조재연 후보자와 여성인 박정화 후보자를 선정한 점은 양 대법원장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었던 타협점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순수재야 출신 대법관이 탄생하기를 바랐지만 그게 무산돼 아쉽다"며 "올해 말 퇴임하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다시 김 변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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