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1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조재연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2명을 문재인 정부의 첫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개혁 철학을 공유한 경험으로 유력 후보로 꼽히던 김선수 변호사는 제청대상자에서 빠졌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시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양 대법원장이 무시한 것"이라며 "현재 대법관 중 검사출신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법관출신인데 이번 2명의 후보자 역시 법관출신"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 각계로부터 천거를 받은 후보군 중 본인의 신상정보에 대한 심사에 동의한 36명을 추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했다. 추천위원회는 천거된 이들의 신상과 재산정보, 병역, 학력, 출신, 범죄경력 등을 조회한 후 지난 14일 8명의 제청대상 후보자를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양 대법원장이 전달받은 8명 중 6명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오로지 법관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었고 이들 중 3명은 여성이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이 이번에 임명제청된 조 변호사였고 다른 1명이 김선수 변호사였다. 김선수 변호사만 순수재야 출신 후보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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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임명제청권한이 있다더라도 그 권한은 시대적 목소리를 반영해 행사돼야 했다"며 "양 대법원장은 2017년의 한국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시험 27회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장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김선수 변호사는 민변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성향 변호사로 꼽혀왔다. 김선수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는 등 이유로 대법관 유력후보로 평가돼 왔지만 이번에 탈락했다.
김 변호사의 탈락은 법조계 대표적 보수인사로 꼽히는 양 대법원장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를 거부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표적인 우파인 양 대법원장으로서는 도저히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뽑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법원을 지금처럼 관료화시킨 주역인 양 대법원장은 결국 본인의 고집을 고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성균관대 출신인 조재연 후보자와 여성인 박정화 후보자를 선정한 점은 양 대법원장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었던 타협점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순수재야 출신 대법관이 탄생하기를 바랐지만 그게 무산돼 아쉽다"며 "올해 말 퇴임하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다시 김 변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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