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불발·선거우려…정치역풍에 휘청이는 유로화 안정성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6.12.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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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투자자들, 유로 신뢰 잃어…내년 최대 위기는 프랑스 대선"

이탈리아 개헌 투표 불발로 급락했던 유로화 가치가 하루만에 회복됐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정치경제적 풍파가 또다시 유로화 가치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화의 안정성 및 미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로존 주요국들의 대선이 내년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포퓰리즘이 유로화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0.9% 상승했다. 앞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정치불확실성이 높아지며 1% 가량 급락했지만 곧바로 가치를 회복한 것이다. 달러/유로 환율과 유로화 가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높아진 유로화 변동성은 향후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의 득세 및 돌변할 수 있는 경제 상황 등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탈리아만 해도 국민투표 부결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면서 반유럽연합(EU) 성향의 급진정당 오성운동이 부상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이전부터 유로화 사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유로존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해왔다. 여기에 더해 이탈리아 부실 은행의 붕괴 역시 유로화 안정성에 독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로화는 1999년 탄생 이후 여러 차례 굴곡을 겪었다. '피그스'(PIIGS)라 불린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재정적자 위기가 대표적이다. 2010년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2011년에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12년에는 스페인과 키프러스가 뒤를 따랐다. 이중 그리스는 급진 좌파정당 시리자의 득세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공포가 커지기도 했다.

일련의 위기들을 극복하는데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반복된 시험대로 인해 유로화에 대한 신뢰를 버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존재가치마저 의문을 품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밀레니엄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벤슨 포트폴리오투자 공동대표는 "정치적 사태들이 이어질 때마다 유로화는 새로운 타격을 입었다"며 "유로화 회복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유로존의 중심인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가 대선을 치른다. 이들의 선거 결과가 또다시 유로화 가치를 급등락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WSJ는 특히 프랑스 대선에 주목한다.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로화 가치 추가 하락을 전망한다. 베인앤컴퍼니는 유로화가 붕괴될 수 있다며 서유럽에 더 투자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파사나라캐피탈의 프렌체스코 필리아 대표는 "현재의 유럽연합이 몇 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며 프랑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유로화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가 달러화와 등가(패리티)를 이룰 것이란 진단도 높다. 도이체방크는 달러/유로가 내년말까지 0.9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씨티그룹은 향후 반년에서 1년 안에 달러/유로가 0.98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3시53분 기준 달러/유로는 전장대비 0.19% 떨어진 1.0745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유럽의 경기침체가 끝나고 경제가 다시 활성화된다면 유로화는 반등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 실시 중안 채권매입을 축소하거나 중단(테이퍼링)하고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포퓰리즘 정당들의 유로존 탈퇴 주장도 그만큼 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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