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31)'토블론'의 뿔이 줄다니…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11.19 09:00
'Shrinkflation'과 'Money Illusion'
편집자주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을 영어로 읽는 길을 놓아 드립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에서 쓰는 진짜 경제 영어를 주요 개념에 대한 해설과 함께 전합니다.
영국인들이 초콜릿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토블론(
Toblerone)이 화근이 됐다. 미국
몬델레즈(
Mondelez)가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토블론은 길쭉한
바(
bar)에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뿔이 여러 개 달린 모양새로 유명하다. 그런데 몬델레즈는 최근 영국에서 판매하는 토블론의 포장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뿔의 개수를 줄여버렸다. 이 결과 400g과 170g짜리 제품의 무게가 각각 360g, 150g으로 줄었다. 영국인들은 차라리 가격을 올리지, 눈속임을 했다며 몬델레즈를 비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자
기사에서 이번 소통이 이른바 '
슈링크플레이션'(
shrinkflation)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예문1)
슈링크플레이션은 FT가 설명한대로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의 양이나 크기를 줄이는 걸 말한다.
줄어들다,
오그라들다라는 뜻인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제품 가격이 그대로라도 크기나 양이 줄면
단위중량(
unit weight)이나
단위크기(
unit size)당 가격은 상승하는 셈이다.
몬델레즈가 유독 영국에서만 토블론의 크기를 줄인 건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Brexit)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곤두박질친 탓이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이 나라의 수출제품 가격이 떨어져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만 반대로 수입제품 가격은 오른다. 브렉시트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에선 이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몬델레즈는 왜 가격인상 대신 슈링크플레이션을 택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자
기사에서 그 배경을
예문2와 같이 설명했다.
fallout은
낙진,
부산물,
후유증,
악영향이라는 뜻이다.
gamble on은
~에 걸다,
~을 믿다라는 의미다.
화폐환상,
화폐착각이라고 하는
money illusion은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1920년에 낸 '달러 안정화'(Stabilizing the Dollar)라는 책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
price illusion'이라고도 한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이 돈의 실질가치보다 명목가치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물가상승률만큼 올랐다면 사실상 동결된 것이고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면 실제로는 임금이 깎인 것인데도 눈에 보이는 액수가 늘었다는 사실에 흡족해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이런 화폐환상 때문에 가격인상에 거부감이 클 것으로 보고 가격인상 대신 슈링크플레이션을 단행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토블론 소동에서 소비자들이 차라리 가격을 올리라며 반발한 것은 이들이 늘 화폐환상에 빠져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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