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귀한 자산" 법정관리 딛고 일어선 기업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6.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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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테크노·한국공간정보통신·코막중공업 등 잇단 법정관리 졸업 후 실적 개선

"실패는 귀한 자산" 법정관리 딛고 일어선 기업들


#정백운 에버테크노 대표의 얼굴에는 요즘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한데 이어 5년 만에 연간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어서다.

디스플레이 공정자동화장비에 주력하는 이 회사는 2000년 창업, 2007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2010년 매출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국내 대기업과 거래가 끊기면서다.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지난해까지 내리 4년간 적자를 냈다. 결국 2014년 7월 코스닥 상장폐지를 당했고, 지난해 2월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때 400명이 넘었던 임직원은 현재 130여명으로 줄었다. 충남 아산 본사도 팔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자산 매입 후 임대 방식으로 매각, 현금 183억원을 확보했다.

그런 노력 덕택에 에버테크노는 올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올 상반기엔 영업이익 6억원을 올렸다. 정 대표는 "올해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중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영속성 있는 회사를 일굴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회생절차)에서 벗어나 ‘오뚝이’처럼 부활을 노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있다. 에버테크노를 비롯해 한국공간정보통신, 코막중공업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과거 전자와 중공업, 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강소기업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거래처 이탈과 법적소송, 외환파생상품(키코) 손실 등으로 위기에 내몰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일어나 최근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일구고 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최근 일본으로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 수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실제 지형을 인터넷에서 3차원(3D)으로 구현할 수 있는 '3D GIS' 기술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주목 받았다. 이 기술은 청와대와 국정원,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에 공급됐다. 회사 매출액은 2007년 16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 경쟁사 음해로 이른바 '사찰(절) 정보 누락'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또 삼성SDS 등 대기업과는 GIS기술 무단도용건으로 법적소송까지 벌여야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고, 결국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올해 2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했고 최근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이슈와 함께 GIS기술 수주가 이어지면서 올해 실적은 전년보다 약 30%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막중공업 역시 최근 북미와 중동, 남아공 등지로 건설 중장비 수출을 재개하고 있다. 유압브레이커 등 건설 중장비를 미국과 중국, 유럽 등지에 수출해온 이 회사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2007년 키코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오히려 180억원 가량 환손실을 입었다.

코막중공업은 환손실 등 수익성 악화로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휴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인 덕에 2013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최근에는 산업용 발전기 등 신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는 "기업인들이 사업상 어려운 상황을 겪다보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심지어는 교도소까지 가는 일도 발생한다“며 ”하지만 한번 '성공'이란 과실을 맛본 기업인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전국에 1000여개 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놓인 상황"이라며 "이들 기업이 겪은 실패가 나중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재기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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