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4)헬리콥터 머니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10.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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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ey-financed tax cut is essentially equivalent to Milton Friedman's famous 'helicopter drop' of money

편집자주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을 영어로 읽는 길을 놓아 드립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에서 쓰는 진짜 경제 영어를 주요 개념에 대한 해설과 함께 전합니다.

[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4)헬리콥터 머니


요즘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 중에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헬리콥터로 뿌리는 돈'을 뜻한다.

'헬리콥터 머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96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쓴 용어다. 불경기에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리면 사람들이 이 돈을 쓰면서 경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4)헬리콥터 머니
밀턴은 '최적화폐수량'(The Optimum Quantity of Money)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예문1과 같은 가정으로 헬리콥터 머니를 설명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면 누구든 이 돈을 주워 쓰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소비(consumption)만한 게 없다. 소비는 기업을 살찌우고 이는 고용확대와 임금인상(wage[pay, salary] increase[raise, rise, hike])으로 이어져 다시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virtuous circle)을 일으킨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중국에서는 제조업(manufacturing), 기반시설(infrastructure) 등에 대한 투자(investment[investing])에 의존한 경제를 서비스업(services)과 내수(domestic demand[consumption])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 한창이다.

헬리콥터 머니가 최근에 부쩍 많이 회자되는 건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는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European Central Bank)과 일본은행(BOJ·Bank of Japan)은 여전히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에 마이너스 금리(negative rate)까지 동원해 경기부양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으로 고전 중이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는 유례없는 고육지책을 동원했는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추가 부양책으로 거론되는 게 헬리콥터 머니다. 정부가 직접 돈을 뿌리자는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정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 쓴다는 점에서 양적완화와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중앙은행들이 썼거나 지금도 쓰고 있는 양적완화는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시중의 자산을 매입해 돈을 풀며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매입 대상은 주로 국채(sovereign bond)다. 국채를 매입해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국채 금리에 연동된 시중 금리의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매입한 국채는 결국 언젠가 정부가 갚아야 할 (debt)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헬리콥터 머니는 정부가 무상으로 쓸 수 있다. 중앙은행이 만기(maturity)도, 이자(interest)도 없는 국채, 이른바 영구채를 사는 식으로 정부에 돈을 찍어 주면 공공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깎아줄 수 있다. 영구채는 perpetual[consol] bond라고 한다. 간단히 consol이라고도 쓴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002년 한 강연에서 예문2와 같은 발언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Fed를 이끈 버냉키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unconventional) 방법을 총동원해 돈을 풀었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예문2에서 finance는 동사로 자금()을 대다라는 뜻으로 썼다. tax cut감세, tax reduction이라고도 쓴다. 반대로 증세 tax increase[hike, rise, raise, boost]다. equivalent동등한이라는 뜻이다. be equivalent to는 ~와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헬리콥터 머니 역시 경기부양의 만병통치약(panacea), 특효약(silver bullet)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마구잡이로 돈을 풀면 급격한 물가상승, 이른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을 일으킬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물가가 폭등하면 화폐는 한 순간에 휴짓조각으로 전락한다. 비슷한 사례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에서 일어났는데 당시 사람들은 빵을 사기 위해 돈을 수레로 실어 날라야 했다. 화폐 가치 폭락은 경제의 혈액이라고 하는 돈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도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독립을 전제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매입한 국채는 나중에 매각할 수 있지만 헬리콥터 머니 정책 아래 중앙은행이 매입한 정부의 영구채는 영원히 중앙은행의 빚으로 남는다.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정책의 시녀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세상에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신회의 세계경제 영어路](4)헬리콥터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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