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청탁금지법, 투명한 사회로 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청렴 사회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최고위 공직자가 스스로 청렴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꼴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며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랫동안 공직을 했고 또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없을 때 관행적으로 다 용인되던 시절이기 때문에 많이 얻어먹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을 맡고 있는 주무부처다. 이날 자리는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주무부처 수장이 직접 나와 기업인들에게 해당 법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법 취지를 역설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었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청렴을 강조하고자 나온 공개석상에서 부처 최고 책임자가 정작 본인은 청렴하지 않았다고 '커밍아웃'했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에는 250여명의 재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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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석자는 "국민권익위원장이 왜 저런 발언을 하는지 당황스러웠다"며 "과거에 했던 행동은 문제가 안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검사장 출신이다.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1986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약 25년간 검찰 조직에 몸담았다.
성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비난했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교수)는 "검사는 다 공짜 술 얻어먹고 다닌다는 얘기냐. 자신이 속했던 직업군에 대한 비하 발언이기도 하다"며 "공개석상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충격적이며 발언과 동시에 물러날 각오를 했어야 한다"며 "청렴결벽해야 할 권익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으니 앞으로 공직자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고 말했다.
아울러 "성 위원장이 제 입으로 '내가 제일 많이 얻어 먹었다'고 말했다면 과거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됐을 여지가 크다"며 "본인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환 바른기회연구소장도 "과거 우리나라 관행이나 정서가 그랬다 하더라도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담당 부처 수장이 본인 과오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면 일반 국민이 김영란법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나"며 "부적절한 언사이자 가벼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사의 '공짜 술'은 김영란법과 상관없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사윤리강령은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나 사건관계인 등으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나승철 변호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 검사들의 비위가 불거진 현 시점에서 '예전에 많이 얻어먹었다'는 성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 위원장 발언에서 과거 고위공무원들이 접대에 익숙해져 있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며 "김영란법을 조만간 시행하는 마당에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수장에 앉는 게 모양새나 실질적인 차원에서 여러모로 좋다"고 밝혔다.
다만 "본인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고 고백한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날 발언에 대해 "과거에는 관행으로 용인되던 부분이 있었고 공직생활을 오래 한 만큼 나 또한 예외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며 "(김영란법에 대한) 청중의 거부감을 줄이고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성 위원장은 최근 5년 동안 재산이 약 15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9월 퇴직한 성 위원장이 같은 해 3월 신고한 재산은 15억8220만원.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풀무원, 유니온스틸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3월 신고한 성 위원장의 재산은 41억1062만원으로 증가했다.
새로 편입된 부모 재산 10억3395만원을 제외한 성 위원장 본인 재산 증가분은 14억944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