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줄이고, 전매는 그대로…"분양 시장엔 오히려 호재"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6.08.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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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가계부채 관리방향]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서울 시내 한 아파트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대신 '중도금 대출 보증 강화'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중도금 보증 최대 건수를 줄이긴 했지만 그 대상이 제한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도금 대출의 보증 범위를 종전 100%에서 90%로 낮춰 대출을 옥죄면서 사업장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매 제한이 종전대로 유지되고 공급은 더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수요가 뒷받침 되는 분양시장은 오히려 호재가 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25일 "검토됐던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규제가 나오지 않아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증 건수 한도를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축소시키는 규제는 대상이 제한적이고 기존 중도금 대출 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분양 사업장별로 명함이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체 보증이 안 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더욱 까다롭게 대출을 심사하면 비인기지역이나 수도권 외곽, 소규모 단지 등은 대출을 못 받거나 높은 금리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아파트 사업장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가 심화 될수록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처럼 투자성과 환급성이 뛰어난 인기 지역에 수요는 더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중도금 대출규제 적용에도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100.6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오히려 정부가 공급 조절을 선언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면서 하반기 분양 시장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위원은 "기존 분양시장도 잘 되는 곳만 잘되는 양극화를 보였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이런 불안감을 정부가 덜어줘 저금리에 유동성이 분양시장으로 더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급 과잉 신호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위원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이라는 단어 사용을 조심했던 정부가 '공급과잉'을 인정하고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시장이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얼마든지 후속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과열 시장만 보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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