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13년전 기준 '3·5·10 원칙' 조정이 대세?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6.08.0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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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김영란법 2라운드]②정부·국회 규제가액 상향조정에 공감…부처간 이견있어 조율이 과제

청탁금지법, 13년전 기준 '3·5·10 원칙' 조정이 대세?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합헌 결정했다. 이로써 2015년 3월 공포된 지 1년4개월 만에 법률시비를 없애고 오는 9월28일 시행에 들어간다.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사건의 핵심 쟁점중 하나였던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시행령 위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시행령은 일단 예정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법 시행 한달여를 앞두고 여론을 모아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 대가성 금품수수를 처벌하자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확정한 시행령이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규제가액 상한선을 정한 것을 두고 적잖은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농축수산업계가 크게 위축되는 등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규제가액의 적정성 여부는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조정될 수도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규제가액에 대한 상향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시행령 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김영란법의 '3-5-10 원칙'이 변경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영란법 시행령의 식사·선물 상한금액을 인상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란법의 가격상한 기준을 5만원·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2003년도 기준(3만원·5만원)으로 낮추다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시행령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정부도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재조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열릴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다음 달 초까지 국무조정실에서 최종 조율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입법정책협의회가 법령안에 대한 기관 간 법리적 이견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여기서도 부처 간 이견은 쉽게 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시행령안의 수정 여부는 결국 향후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나 비공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부처 간 이견 조율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해수부·산림청은 식사와 선물 가액을 3만원과 5만원으로 정한 시행령안이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식물 3만원을 기초로 한 것으로, 물가상승률이나 농수축산업계와 임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법 시행 전에 가액 기준을 바꾸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농식품부 등의 의견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법개정을 통한 이중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란법을 심사한 국회 정무위원회와 김영란법 개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김영란법 특별소위'에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소위는 4일 농림부 등 5개 부처와 간담회를 갖고 시행령 규정에 명시돼 있는 '선물 5만원 규정'의 가액 상향조정에 집중적인 논의를 펼친다.

이외에도 국회에는 현재 4건의 김영란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1건은 법 적용 대상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제외하는 대신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내용이고, 다른 3건은 금품수수 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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