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묻지마식' 복권기금 법정배분제, 도입 12년만에 폐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6.07.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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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배분제, 복권기금 일정 비율 따라 나눠 가져 사업 비효율성 야기…법정배분사업도 성과 따라 예산 배정

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에 위치한 첫마을로또방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에 위치한 첫마을로또방


‘묻지마식’ 기금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 복권기금 법정배분제도가 도입 12년 만에 폐지된다. 법에서 정한 기관·기금이 복권기금을 일정 비율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눠 갖는 현 제도 대신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법정배분제 관련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보고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복권기금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완료한 복권기금 심층평가를 바탕으로 법정배분제 이해당사자들과 막판 조율 중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부터 법정배분제 개편 작업을 개시했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복권법)에 따르면 전체 복권발행 수익금 중 당첨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복권기금의 35%는 법정배분사업, 나머지 65%는 공익사업(저소득층·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 동안 10개 기관·기금은 복권기금 중 법정배분사업 몫 35%를 일정비율에 따라 나눠 가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5400억원 규모의 법정사업기금을 제주도와 지자체가 각각 17.267%, 문화재보호기금이 14.286%를 가져가는 식이다.

예산 배분이 기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10개 기금·기관이 실시하는 법정배분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법정배분제를 폐지하고 공익사업과 통합할 방침이다. 법정배분사업 중 공익 성격이 큰 사업은 공익사업과 같은 출발선에서 성과평가에 따라 예산을 배분받는 방식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이럴 경우 사업성과가 낮더라도 예산을 따내기가 쉬웠던 일부 법정배분사업은 예산이 대폭 깎일 수도 있다.


조세재정연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복권기금사업 성과평가 개선’ 보고서에서 “최근 5년 동안 공익사업에 비해 법정배분사업 성과평가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법정배분 지자체사업의 경우 공익목적 성격의 일회성 신규 건축사업이 많아 사업 타당성 및 만족도, 복권기금 인지도 제고 노력 등에 있어 다른 사업보다 성과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정배분제 폐지는 법정배분사업 성과 제고 뿐 아니라 복권기금을 공익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복권기금은 복권이 저소득층 구매 수요가 크다는 특성상,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게 원래 취지에 맞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익 성격이 부족한 법정배분사업은 복권기금 대신 일반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

이해당사자인 지자체와 관계부처 반발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법정배분제는 과거 복권사업을 실시하던 부처와 기관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1년 법정배분제를 개편하려다가 배분율 조정에 그친 것도 이해당사자들의 반대 탓이 컸다.

국회는 더 큰 장애물이다. 법정배분제를 폐지하려면 복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정배분사업 상당수가 지자체 사업이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제동 걸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배분율이 가장 큰 제주도가 기반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복권기금 법정배분제가 폐지·축소될 경우 제주도 재정이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현행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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