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브렉시트, 공포이자 박탈감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6.06.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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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될 겁니다. 장년층이 청년층의 미래를 원치 않는 방향으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직후 한 영국청년이 씁쓸한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날 많은 젊은이들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뛰쳐나왔다. 브렉시트로 인한 중장기적인 여파를 겪게 되는 것은 젊은 세대인데, 기성세대가 무책임하게 결정을 내려버렸다는 내용의 글이 영국 청년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뒤덮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청년층의 과반 이상은 EU(유럽연합)에 잔류하는 '브리메인'(Bremain)에 투표했다. 18~24세의 경우 지지율이 75%에 달했다. 반면 50대부터는 '브렉시트' 지지율이 과반을 넘었다. 50~64세는 54%, 65세 이상에서는 61% 지지율을 보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최종 투표율은 72%로 찬성이 51.9%, 반대가 48.1%였다.



브렉시트에 대한 반발 이면에는 기성세대에 계층간 이동이 가로막혀 부의 불평등을 체감해야 했던 젊은세대의 박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30대 이하 국민들의 실질임금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영국 경제부는 브렉시트 이후 약 5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앞에 놓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큰 공포일 수 밖에 없다. 당장에 급락한 각종 주식과 펀드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협상이 끝난 이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국가간 수출 부진 등 부정적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브렉시트의 단초가 된 것은 영국을 이분법으로 양분한 사회 분위기였다. 기성세대는 세계화에 대한 접근 통로가 부족했고, 젊은세대는 사회 상층부로의 이동수단이 없었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350만명이 넘는 영국인들이 '브렉시트 재투표' 청원서에 사인을 했다. 일부는 우스갯소리로 '런던시트'(Londonxit)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탈(脫)영국'이다.

브렉시트로 홍역을 겪는 영국의 사회혼란은 우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부의 양극화 문제부터 청년 실업, 부동산 편중, 전월세난 등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부의 대물림을 지적하는 '금수저', 그리고 한국을 떠나 복지혜택이 많은 곳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탈조선'이라는 말을 젊은이들이 달고 사는 것은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결국 '탈영국'이나 '탈조선'이라는 말은 비슷한 맥락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반영한 셈이다. 우리 사회가 브렉시트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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