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흡입독성 있다'는 외국 실험결과도 감춰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2016.06.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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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제작, 판매해 최대의 피해를 입힌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외국 연구소에도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고 결과가 자사에 불리하게 나오자 이를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옥시가 2012년 외국 4개 업체(미국 3곳, 인도 1곳)에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자 한국의 서울대, 호서대, KCL 외에도 외국의 미국의 EHNE, WIL리서치, CHEMIR과 인도의 IIBAT에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앞서 검찰은 서울대와 호서대의 실험 결과는 옥시의 주문으로 옥시 측에 유리하게 만들어졌고 자사에 불리한 실험결과를 내놓은 KCL은 옥시가 아예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옥시는 지금까지 검찰에 외국 연구소의 실험 결과는 밝히지 않아왔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외국 연구소 4곳 중 3곳에서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흡입독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에서 실험을 의뢰한 사실까지는 확인했지만 실험 결과는 최근에서야 확인이 됐다"며 "자사에 불리한 결과라 옥시가 일부러 감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흡입독성 실험이 선택적으로 재판에 사용될 시점에 옥시 대표는 거라브 제인이었다. 검찰은 이 실험 의뢰도, 실험 결과를 숨긴 것에도 거라브 제인 전 대표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에 거주 중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거라브 제인 전 대표가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강제적인 수단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서면 등을 통해 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KB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 가족들, 나아가 이런 비극으로 고통받는 한국 국민에게 진심으로 배려의 마음을 표한다"며 "수사 기관에 최대한 협조를 하고 싶지만 한국 상황에 비춰 볼 때 입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절차에 최대한 협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다른 조치는 취하겠다"며 "수사기관과도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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