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했던 아베, 또다시 소비세 인상 연기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6.05.27 15:10
글자크기

아베 "참의원 선거 전에 인상 여부 결정…글로벌 경제, 리만 사태때와 같은 상황"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블룸버그통신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블룸버그통신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일본의 2차 소비세인상(8%→10%)이 또다시 연기 수순에 들어갔다. 재작년 11월 첫 번째로 인상을 연기할 당시 "더는 미루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아베 신조 총리지만 부진한 소비와 구마모토 지진 여파에 밀려 결국 다시 한번 인상을 미뤄야 할 처지가 됐다.

아베 총리는 27일 오후 이세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비세율 인상 여부를 올 여름 참의원 선거(7월 10일) 전에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예정대로 소비세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다음 주 중에 소비세 인상 연기를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참의원 선거 이후 임시 국회에서 증세연기 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2019년 4월로 기존 계획보다 2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4월 1차 소비세인상(5%→8%)을 실시한 이후 다음해인 2015년 10월 2차로 10%까지 세율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4년 11월 아베 총리는 소비 위축으로 디플레이션 탈피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상 시점을 내년 4월로 1년6개월 더 늦췄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나 대지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고 단언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아베의 바램과는 반대로 흘렀다. 올초 펼쳐진 글로벌 경제둔화 우려로 엔화가치는 강세로 돌아섰고 일본은행(BOJ)이 야심차게 내놓은 마이너스금리 정책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으로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신선식품 제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0.3% 하락해 2개월 연속 후퇴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 연기가 정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하려 애썼다. 아베 총리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과거 리만 위기 시절과 평행선상에 있다"며 "수요 침체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적 지원을 포함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을 추진하겠다"며 경제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만났던 조세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BOJ의 통화정책 만으로는 부양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투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BOJ 역시 추가부양책 실시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시오노 타카시 연구원은 "경제와 물가 펀더멘탈을 감안하면 BOJ는 조만간 추가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BOJ는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정책동결을 결정해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겨다 줬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