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국회 통과 1년…논란은 현재진행형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6.03.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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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리포트]언론인·사학자 규제 대상으로 포함해 논란…헌재 결정 주목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


19대 국회가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언론사, 사립학교 등이 4차례에 걸쳐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해 법이 도입되지도 못한 채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무 연관성' 없이도 처벌 가능…부패 방지 효과 기대



국회는 지난해 3월3일 본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결했다. 공식적인 약칭은 청탁금지법이지만,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중 이 법을 최초로 제안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름을 붙인 가칭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1차례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 김영란법의 골자다. 공직자가 받은 돈과 직무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야만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형법상 수뢰죄와 달리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김영란법은 기존의 수뢰죄만으로 부패한 공직자를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 때문에 제안됐다. 공직자가 돈을 받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난 공직자들이 '직무와 연관이 없었다'거나 '호의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형법상 수뢰죄의 빈틈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금품의 흐름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객관적 증거가 남는 반면 직무와 금품수수 사이 연관성은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예정대로 도입되면 직무와 금품수수 사이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같은 연관성이 드러날 때 적용되는 형법상 수뢰죄보다는 다소 형량이 낮다. 형법상 수뢰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기준 모호하고 언론인·사학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해 논란

김영란법의 취지는 사회 대부분에서 공감을 얻었지만, 법안이 가결되자 본래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규제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으로 국가기관과 공직유관단체뿐 아니라 사립학교법인, 언론사를 포함시켰다. 아울러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대표·임직원을 공직자로 규정했다.

이에 기자협회는 김영란법이 민간영역인 언론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협회는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해 정당한 취재와 보도 활동을 방해하는 등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자들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해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규정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부정한 청탁'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률로 규정된 행동에 대해서만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은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일 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후에도 인터넷신문사 대표, 사립유치원 원장, 사립학교장 등이 잇달아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첫 공개변론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김영란법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다시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19대 국회의 임기가 오는 5월29일을 끝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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