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을 통해 본 '순직'과 '공무상 사망'의 차이점은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6.03.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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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높은 위험 감수' '직접적인 사망 원인' 모두 인정돼야

공무원연금법을 통해 본 '순직'과 '공무상 사망'의 차이점은


직무와 관련된 이유로 숨진 공무원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는 조건에 관심이 모아진다. 세월호 사고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강민규 경기 안산 단원고 교감의 사망을 순직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상 사망'과 '순직'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공무상 숨진 공무원의 유족에 대한 생활보장 제도와 별도로 순직 공무원에 대한 보상 규정을 둔 것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공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공무원의 유족에게 더욱 보상을 강화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는 '순직 공무원'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했다가 특정한 위해를 입고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숨진 공무원이라고 규정한다. 특정한 위해에는 △범인체포 △경비·요인경호 △대간첩작전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업무 △대테러작전 등이 포함된다. 이 밖에도 순직보상심사위원회가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위해'라고 인정하면 특정한 위해에 해당한다.

바꿔 말해 단순히 공무를 수행하다가 숨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순직으로 인정될 수 없다. 생명·신체에 대한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했으며 이로 인해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숨진 경우만 공무상 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강씨의 경우에는 사고 직후 겪은 생존자 증후군(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구조를 하다가 입은 위해'인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유족들은 강씨가 사고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했고, 이 때문에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강씨가 사고 당시 일부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구조작업 때문에 생존자 증후군에 걸렸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강씨의 생존자 증후군은 구조작업이 끝난 뒤 사고 생존자로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인솔자로서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강씨 유족은 순직유족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만 강씨의 사망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유족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강씨 가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2014년 6월 유족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상 숨진 공무원의 가족에게 기준 월소득액 23.4배를 유족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한편 이같은 용어 때문에 직무수행 중 숨진 공무원이 '공무상 사망'으로 보상받아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것처럼 인식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국무회의 끝에 용어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법상 '공무상 사망'을 '순직'으로 변경하고 현행 '순직'은 '위험업무 순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오는 7월28일 도입된다.

앞서 강씨는 세월호 사고 2일 뒤인 2014년 4월18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혼자 살아가기에는 힘이 벅차다' 등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고 당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은 채 해경에 구조된 강씨는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로서 조사를 받았다. 강씨는 피해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진도 실내체육관 단상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뒤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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