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겠다" 뿌리깊은 사법 불신…국민 71% "재판 불공정"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6.01.0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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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컨설팅 경험자일수록 "전관예우 판결에 영향 클 것"

"못 믿겠다" 뿌리깊은 사법 불신…국민 71% "재판 불공정"


일반 국민들에게 법원은 '별로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어릴수록, 법률적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생각할수록 법원과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머니투데이가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2015 법원 신뢰도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재판 절차와 판결의 공정성, 판사의 독립적 판결 여부 등 모든 문항에서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진행했다.



◇ 어릴수록 "재판 과정도, 결과도 믿을 수 없어"

일반 국민 10명 중 8명은 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10명 중 7명은 재판 결과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내·외부적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10명 중 6명은 법원을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는 나이가 어릴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판결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0.6%는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20대 중 재판 결과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80.2%에 이른다. 60대 이상 응답자의 60.2%보다 2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과반수 이상의 20대들은 '지위와 권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55.5%)고 생각했다. '재력'(17.8%)과 '판사의 성향이나 자질'(14.8%)도 공정한 판결을 방해한다고 답했다.


재판 절차의 문제점에 대한 문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전체 응답자는 78.1%였지만, 20대는 82%가 문제가 있다고 봤다. 60대 이상 응답자(72%)보다 10%포인트 높은 결과다.

20대 응답자의 74.1%는 재판 절차가 '힘이 있거나 절차를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고 인식했다. '신속한 재판이 어렵고 비효율적'(19.5%)이라는 응답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법원이 보여준 일관적이지 못한 판결,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던 경험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불신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법체계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와 공권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40대 이상 "법관 독립성 '정치·전관예우'가 침해"

판사의 독립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40대에서 두드러졌다. 전체 응답자의 68%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내·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답했는데, 40대에서는 79.6%가 '판사는 비독립적'이라고 답했다. 전체 평균보다 11.6%포인트 높은 결과다.



"못 믿겠다" 뿌리깊은 사법 불신…국민 71% "재판 불공정"
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요소로 전 연령대에서 '정치적 개입'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43.4%에 이른다. 40대는 과반에 넘는 51%가 정치적 개입이 판사의 독립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개입 다음으로 20대(32.3%)와 30대(28.6%)가 '재벌 등 대기업의 개입'을 선택한 반면, 40대 이상은 '전관예우'를 꼽았다.

법률 컨설팅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재판 절차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또 전관예우 등 인맥과 인간관계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에 컨설팅 경험자의 72.8%가 불공정하다고 답한 반면, 비경험자는 68.9%만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컨설팅 경험자들은 지위와 권력에 따른 영향(43.5%)과 전관예우 등 인맥(27%)을, 비경험자들은 지위와 권력에 따른 영향(45.3%)과 재력(16.9%)을 선택했다.



이는 판사의 독립성 여부에 대한 응답에서도 나타난다. 컨설팅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9.3%만 전관예우가 판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반면, 컨설팅 경험자는 22.4%가 전관예우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겪은 불합리한 경험이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봤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로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법적 다툼 과정에서 불리한 경험, 사실관계와 다른 재판 결과를 얻거나 목격해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여전히 멀고 어려운 법…TV·인터넷이 법률상담사



일반 국민들에게 법은 여전히 멀고도 어려운 분야였다. 10명 중 6명은 스스로 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고, 법 관련 지식은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얻었다.

스스로 법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7%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법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성의 52.1%가 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고, 여성은 73%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법과 관련된 지식을 주로 어떤 경로로 얻느냐는 질문에 TV와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해 얻는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인터넷 포털(29.7%)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8.3%), 주변사람(8.1%)이 이었다.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얻는 이들은 6.3%에 불과했다.



다만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40대 이하에서는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50대 이상 응답자들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얻는다는 답이 많았다.

법률 문제가 생겨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거나 설명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4.3%로 과반이 채 안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만 유일하게 과반 이상인 50.7%의 응답자가 법률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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