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교육에 빠진 기관·기업들

머니투데이 테크M 최현숙 기자 2015.12.0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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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는 SW' 화두로 미래세대 공략

SW 교육에 빠진 기관·기업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한다. “코딩을 배우세요. 당신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거든다. “15년 후 프로그래밍 교육을 보면서 왜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를 개발한 마크 안드레센은 아예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삼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코딩, 프로그래밍, SW. 사용한 단어는 다르지만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바로 ‘SW 인재가 돼라’는 것.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세계 각국은 SW를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유럽의 IT 강국인 에스토니아의 SW 공교육은 여섯 살부터다. 핀란드에서는 민간이긴 하지만 네 살배기도 참여할 수 있는 코딩학교가 인기다.



주요 선진국이 SW 교육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산업 영역에서 SW 산업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IT 시장은 2002년을 기점으로 SW 산업 규모가 하드웨어(HW)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2011년 기준 SW 산업 비중은 30%로 HW 산업(23%)보다 크다. 이 차이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국운’이 걸린 만큼 각국의 SW 교육도 바뀌고 있다. 핵심은 문제를 받으면 어떻게 해결할지 머릿속에서 순서를 그리고 그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도록 논리적 사고력을 발휘하는 방법, 즉 ‘컴퓨팅적 사고’을 익히는 것이다.



SW 교육에 빠진 기관·기업들
학교 교육에 ‘컴퓨팅적 사고’을 심어라
우리도 SW 교육 열기가 뜨겁다. 정부는 SW 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중학생은 2018년부터,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SW 교육을 필수로 받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SW 툴로 논리적·창의적 사고를 익히고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정부 차원의 SW 교육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중심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초·중등 SW 교육 선도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방과후학교’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SW 교육 관련 교재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주니어 SW(junior.slic.kr)’는 온라인 주니어 SW 교육 사이트로 미래창조과학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경인교대 미래인재연구소에서 공동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스크래치와 아두이노를 활용한 SW 교육과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미래부 SW 창의캠프(www.swcrew.kr)는 매년 방학 기간에 전국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을 모집해 SW 캠프를 연다. 컴퓨터 프로그램 기초지식이 없는 학생에게 카이스트와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엔트리와 파이썬을 이용해 코딩을 가르친다. 초등학생은 학부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공개SW 학습 커뮤니티 ‘OLC 센터(olc.oss.kr)’는 성인도 이용할 수 있다. SW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OLC 센터는 미래부가 주관하고 NIPA와 공개SW협회(KOSSA)가 운영하는 개방형 SW 교육센터다. SW 언어 교육과 코스 강좌, 공개강좌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일부 강좌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SW 교육 정보는 미래부가 지난 1월 개설한 ‘SW 중심사회 포털(www.software.kr)’에 잘 정리 돼있다. SW 개발자가 되고 싶은 학생이나 코딩을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무료 강좌 사이트에 바로 연결해 준다. 또 여러 사이트에 분산된 SW 관련 최신 정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기업도 SW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안랩 등이 직접 SW 교육에 힘을 쏟고 있으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컴퓨팅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미래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네이버, 어린이 SW 교육 중심
국내에서 SW 교육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3년 7월부터 초중고교생이 방과후 교실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다양한 SW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니어 SW 아카데미(이하 주소아)’를 운영하고 있다. 윤지현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대리는 “직업·스킬 교육이 아니라 SW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논리력 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아에 참여하는 학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SW로 개발한다. 전국 학교별로 실력을 겨루는 ‘게릴라 미션’을 통해 SW 역량 수준을 확인할 수도 있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SW 만들기’라는 주제로 학생 5350명이 참가했다. 운전이 서툰 엄마를 위한 운전면허 학습 프로그램, 비가 오면 저절로 닫혀 빨래가 젖는 것을 막아주는 ‘스마트 윈도’, 지출 정산 때문에 매일 늦게 퇴근하는 아버지를 위한 ‘계산 기능이 있는 가계부’ 등 가족의 고민을 해결하는 따뜻한 SW가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초·중·고교생이 방과후 교실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다양한 SW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초·중·고교생이 방과후 교실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다양한 SW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1261명, 2014년 8838명, 2015년 약 1만4000명의 학생에게 SW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미래부와 함께 ‘주니어 SW 창작대회’도 진행했다. 1회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총 923팀(2940명)이 몰려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레시피에 따라 자동으로 양념을 배합하는 양념통’, ‘할머니를 위한 짐꾼 로봇’ 등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반짝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SW 교육 관련 사회공헌 사업인 ‘소프트웨어야 놀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SW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엔트리’를 인수하고 ‘소프트웨어야 놀자’와 연계해 교육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2013년 카이스트 공학도가 의기투합해 세운 엔트리는 월평균 10만 명 이상의 학생과 교사가 접속하는 SW 교육 플랫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네이버는 이를 ‘엔트리교육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비영리 차원의 SW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인텔코리아와도 협력해 국내 SW 교육에 대한 접근성과 보편성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네이버와 함께 다양한 SW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네이버의 ‘소프트웨어야 놀자’ 프로그램에 ‘갈릴레오 보드’ 제작 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갈릴레오 보드는 기초적인 SW 개발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형 컴퓨터 보드다.

안랩, 여성 위한 SW 교육 인기
한국MS는 ‘컴퓨팅적 사고(CT)’를 앞세우며 교육 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쇼케이스 학교, 오피스 투어, IT 아카데미, 교실 속 윈도, MS 혁신 교육자, 핑크 코딩 파티, 코두(KODU) 클래스룸 등 프로그램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MS 관계자는 “SW 교육의 핵심은 프로그래밍이 아닌 개념화에 있다”며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랩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 구직자를 대상으로 SW 교육강사 양성과정인 ‘안랩 샘(SEM·Software Education Manager)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안랩이 교육비 전액과 교육시설을 제공하고, 소셜 벤처기업 맘이랜서(www.momjobgo.com)가 교육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을 담당한다. 지난 9월 마감한 안랩 샘 모집에는 150명 정원에 271명이 지원해 약 1.8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교육은 코딩 기초과정, 심화과정, HW 융합과정 등 세 과정으로 진행된다.

안랩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 구직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강사 양성과정인 ‘안랩 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안랩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 구직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강사 양성과정인 ‘안랩 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10주간 40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수료와 동시에 안랩 샘 코딩교육 강사 수료증과 3CT 코딩강사 민간 자격증을 받는다. 이후 현장실습을 거쳐 코딩교육 강사나 관련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해 수업을 받은 1기 수료생 중 두 명이 코딩교육 강사로 활동을 재개했고, 이 중 한 명은 안랩 샘에서 스크래치 기초과정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 곧바로 활동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안랩 샘 수업의 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첫날을 포함해 수강 기간 내내 종합평점 80점 이상을 받아야 정식으로 수료할 수 있다. 안랩은 SW 교육대상을 초.중등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W 교육에 빠진 기관·기업들
SW 교육에 대한 동기 부여 시급
정부와 기업이 진행하는 SW 교육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주니어 SW 아카데미에 참여한 황호연 경기 용인 중일초등학교 교사는 “어렵게 느껴지던 SW에 매력을 느낀 계기가 됐다”며 “학생들도 다양한 SW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재규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 융합과 겸임교수는 “SW 교육 목표를 창의성에 두고 프로그램을 쉽고 재밌게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SW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형 롤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비전을 제시해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1. 스크래치(https://scratch.mit.edu) :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10년 넘게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어린이용 컴퓨터 언어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동작·제어·형태·소리·연산 등의 블록을 조합해 보며 게임·애니메이션·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직접 개발한 프로젝트를 공유할 수 있다. 현재 백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등록돼 있다.

2. ODIY 한국과학창의재단(www.youtube.com/channel) : 아두이노를 활용해 보드의 구성을 이해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쉽게 익힐 수 있다. 텍스트보다 영상으로 이뤄져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 하며 배울 수 있다.

3. 생활코딩(opentutorials.org) : 웹 서비스 만들기부터 언어·클라이언트·서버·개발 도구·프로젝트 관리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회원 수도 1만 명에 달한다.

4. 칸아카데미(www.khanacademy.org) : 2006년 살만 칸 칸아카데미 대표가 만든 비영리 교육 서비스다. 동영상 시연 강의를 먼저 보고 직접 실습할 수 있다.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화학·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금융·역사·예술까지 4000여 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한다.

5. 코드카데미(www.codecademy.com) : 프로그래밍 입문자를 대상으로 파이썬·PHP·J쿼리·자바스크립트·루비·HTML·CSS와 같은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제공한다. 홈페이지에서 직접 코드를 작성해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단계마다 자세한 설명과 힌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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