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바터거래 근절 '자정노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15.10.0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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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금융계열사인 SK증권 (593원 ▼3 -0.50%)을 통해 계열사 회사채 발행과 대표주관 등을 다른 증권사와 주고 받는 이른바 '바터' 거래 근절을 선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15 특별사면 이후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불공정영업 관행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결과로 알려진다.

5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 등 그룹 계열사가 추진하는 회사채 발행에서 바터 거래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지난달 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SK브로드밴드 회사채부터 바터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룹 전체적으로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터 거래란 대기업 계열 증권사끼리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서로 바꿔 대표주관하거나 인수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거나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른 그룹 계열 증권사와 바터 거래 유혹에 쉽게 빠졌다.

SK증권은 그동안 바터 거래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증권사로 꼽혔다. 중소형 증권사인 SK증권이 지난해 7조원 가까운 채권 인수 실적을 올리면서 채권 인수 분야에서 전체 증권사 가운데 4위를 자치한 것을 두고도 바터 거래를 통한 밀어주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대그룹 계열의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바터 거래를 이용하는 게 실적이나 비용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라며 "바터 거래는 적발 위험도 적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37,500원 0.00%)은 과거 바터 거래 의혹을 받았지만 2011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그룹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완전히 발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SK증권이 바터 거래를 중단한 것도 비슷한 차원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곧바로 면세점시장 등에서 민감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인 만큼 구설수가 불거질 수 있는 요소는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판단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 계열사가 SK증권을 통한 바터 거래를 근절하고 주관사 선정 등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에 대해선 엄두를 못 냈던 증권사들이 합류해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회사채 발행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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