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짠물 논란' 위탁사 수수료 인상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9.2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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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짠물 논란을 이어온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수수료를 전격 인상했다. 기금 규모와 함께 위탁자산도 동반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수준의 수수료를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한 투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선정 절차에 들어간 국내주식 가치형 위탁운용사의 기본수수료 상한선을 연간 40bp(0.40%포인트)로 제시했다. 그동안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사회책임투자형 △장기투자형 △액티브퀀트형 등 기존 주식형 위탁운용사의 기본수수료 상한선으로 제시했던 30bp에서 10bp를 올라간 것이다.



위탁운용사 선정에 지원하는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이 제시한 범위에서 적절한 수수료 수준을 선택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 수수료 체계에는 운용사간 저가수주 경쟁이 벌어지면서 20bp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됐다. 대부분이 해외 운용사로 선정되는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수수료(연간 40bp 수준)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수수료 상한선이 인상된 만큼 실제 수수료가 30bp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별로 제안서에 적어내는 수수료는 철저하게 비공개에 붙이기 때문에 정확한 제안 수준을 알기는 어렵지만 상한선이 올라간 만큼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치권과 감사원 등이 과다 수수료 지급 문제를 해마다 지적하는 와중에도 국민연금이 전격적으로 수수료 인상에 착수한 것은 수수료를 아끼려다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수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리서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이 거의 나지 않으면서도 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라는 간판 효과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컸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 판매 수수료에 크게 못 미치는 국민연금의 수수료가 오히려 수익률 관리 소홀로 이어질 있다는 우려가 적잖았다"며 "수수료 깎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수수료 현실화에 나서면서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조만간 수수료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이번 조치를 계기로 업계도 수익성을 무시한 수수료 출혈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 인하는 자본시장 발전이나 국부 증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수수료보다는 운용성과로 승부하는 시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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