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神]쿠팡 "던지고 가는 택배? 쿠팡엔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5.08.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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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문 채용팀장 "배송전문 사원 '쿠팡맨' 1000명 추가 채용…서비스 적합한 인재 찾아"

편집자주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취업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때문에 입사를 원하는 회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를 바로 보아야 성공 취업의 길이 열립니다. '면접의神'은 기업 인사담당자 및 신입사원의 육성을 통해 입사의 최종관문인 면접에서 필승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쿠팡맨이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쿠팡쿠팡맨이 고객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쿠팡


"직접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5개월만에 쿠팡맨 인력을 3000명까지 늘려 갈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쿠팡 본사에서 만난 강기문 채용팀장은 "쿠팡은 배송전문사원인 쿠팡맨과 물류센터 현장관리직, 고객서비스직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유일한 이커머스회사"라며 "현재 월 평균 500명의 신규 인력이 입사할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맨은 연말까지 900여명을 추가 채용한다. 학력·연령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쿠팡의 인재상인 '쿠팡 핏'에 맞춰 전문 면접관들이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물류업계에선 보기 드문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인데다 세전 연봉 4000만~4500만원을 보장하기 때문에 지원자 대비 면접 합격률을 한 자릿수대다.



신입 개발자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공채로 선발하고 있다. 모집 정원을 따로 두지 않고 채용을 진행한다. 개발자의 경우 기본소양·기초지식·문제해결로 구성된 '캐치 테스트'를 통과하면 '테크 인터뷰', '쿠팡 핏 인터뷰' 순으로 전형이 진행된다. '테크 인터뷰'에선 손으로 직접 코딩 문제를 풀게 한다. 지원자가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작성하고 상황 해결능력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강 팀장은 "쿠팡은 큰 그림을 그리고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하나 하나 구현해 나가고 있는 회사"라며 "세상에 없었던 일을 함께 하면서 성장해 나갈 지원자들이 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쿠팡/사진제공=쿠팡
◇강기문 쿠팡 채용팀장 Q&A

-현재 쿠팡의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쿠팡에서 핵심 직무(코어, core)라고 보는 분야는 크게 세 분야로, 사내에서 개발직군은 '쿠키', 고객 서비스 분야는 '쿠니', 배송·물류현장을 담당하는 '쿠팡맨'으로 지칭한다.

쿠팡은 2016년 완공 예정인 인천물류센터를 포함 전국에 16개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객에 직접 물품을 전달하는 현장의 '쿠팡맨' 뿐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일할 인력, 고객서비스 인력 등 전방위적으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채용규모는 얼마나 되나?

▶현재 2100여명의 쿠팡맨이 서울 및 6대 광역시,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8월 말까지 3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쿠팡맨 외에도 현장관리직, 고객서비스업무직 등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현재 쿠팡의 월 평균 신규 채용인원은 500명 정도다. 단일회사 법인이 웬만한 그룹사보다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자의 경우도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모집정원을 따로 두지 않고 채용한다. 다만 합격률이 한 자리수 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전형을 통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쿠팡맨은 1년 반 새 3000명을 채용하는 셈이다. 어떻게 이만한 일자리를 단시간에 만들어냈나?

▶'쿠팡맨'의 경우 지난해 2월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고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내에서 '쿠팡맨'은 단순히 배송을 하는 직원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고 고객이 행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을 땐 사내에서 의구심이 있었지만 당시 이커머스기업으로 배송 서비스에 가장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도 갈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판단, 확장을 시작했다. 쿠팡맨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고객이 만족하고 댓글로 열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주부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선 외부로 나와 쇼핑을 하기가 어렵다거나 택배 방문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었다.

'쿠팡맨' 이전에 한국의 택배문화는 '던지고 가는' 문화였다. 택배가 수량 단위로 측정되기 때문에 '베테랑' 택배기사도 하루에 200건 이상을 해야 일정 규모의 인건비를 건질 수 있었다.

쿠팡은 이런 문화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직접 배송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커머스는 고객과 직접 대면이 불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에 '쿠팡맨'이라는 배송 전문 사원을 두고 이들을 서비스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쿠팡맨'에는 정규직 채용과 세전 4000만~4500만원의 연봉을 보장한다. 1톤 탑차 뿐 아니라 유류비, 차량 보험료, 각종 복리후생도 모두 제공한다.

-쿠팡 채용절차를 소개해 달라.

▶직무별로 전문 면접관이 따로 있고 '쿠팡맨'을 채용하는 면접관은 40여명이 된다. 쿠팡의 모든 지원자는 '쿠팡 핏'이라는 쿠팡의 인재상을 기준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 보는 면접은 지원자 대비 최종합격률이 한 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깐깐한' 면접이다.

-서류전형에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나.

▶학력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고객과 만날 때 학력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합격자들의 학력에 대한 데이터를 뽑아 본 적이 없다. 쿠팡맨들의 나이대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1톤 탑차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3, 4월 이 서비스를 시작할 시점에는 랙카 운전자부터 보험 영업사원까지 다양한 분들이 지원을 했다. 대개는 서비스에 관심이 있으면서 활동적이고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지원한다.

-면접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쿠팡 핏'이라는 핵심가치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 문제해결 능력이 있고 끊임없이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을 평가하기 위해 내부에서 면접관 교육에 들이는 시간만 최소 두 달 정도다. 면접관들은 쿠팡이 원하는 인재 유형에 맞는 구직자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화를 하면서 지원자의 코드를 읽는다.

임원면접이 없는 대신 면접이 끝나면 동등한 권한의 면접관들이 자신이 읽은 코드를 바탕으로 토의를 한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겪은 특정 상황에 대해서 '왜'를 다섯 번까지 묻는다. 특정 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면 '왜 그렇게 했는지', '왜 그 부분이 자랑스러운지' 혹은 '왜 위기를 맞았는지' 등 그야말로 심층면접이다.

-'쿠팡맨'의 경우 6개월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정규직 전환은 어떻게 결정되나?

▶'쿠팡맨'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 고객들이 점수를 남기나 할 수도 있고 동료평가도 이뤄진다. 전환이 안되는 경우는 10명 중 한 두 명 정도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쿠팡맨'을 계속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렵게 모신 분들을 떠나 보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를 중시하지만 수행하는 업무 자체는 운송 업무라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업무상 불가피했던 주차위반 과태료 등은 대신 지불하지만 과속, 신호위반 등에 대해선 본인이 부담하게 하고 있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00 신입사원(2014년 4월 입사) Q&A

-쿠팡맨으로 입사한 계기는?

▶어릴 적부터 자동차·운전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와 관련 있는 업무를 알아보던 중 채용 공고를 통해 쿠팡맨이라는 업무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채용공고에 쿠팡맨이 하는 일이 '행복한 배송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소개됐다. 행복을 전달하는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평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저의 성향과 서비스 업무가 잘 맞을 것 같아 지원을 결심하게 됐다.

-쿠팡 입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은?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주는 업무를 담당하는 쿠팡맨으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해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평소 서비스 직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과 학교 다닐 때 겪었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을 강조했다.

-면접 때 받았던 기억에 남는 질문은?

▶'쿠팡의 핵심 가치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쿠팡에 입사를 준비하시는 구직자라면 일반적인 회사들과는 달리 도전과 혁신을 지향하는 쿠팡의 핵심가치에 대해 미리 공부하는 것도 효과적인 면접 준비 방법이라 생각한다.

-입사 전에 몰랐던, 입사 후에 보니 가장 필요한 직무역량은?

▶실력, 성실성, 대인관계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입사 후에 알게 된 가장 필요한 직무역량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주인의식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갖고 모든 일에 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과도 성공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쿠팡맨은 쿠팡의 얼굴인 만큼 회사를 대표해 고객을 만난다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00 신입사원(개발 직무, 2014년 11월 입사)

-자신의 스펙과 현재 일하는 분야는?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쿠팡에 입사하기 전 2년 동안 통신회사에서 신규IT 서비스를 연구했다. 현재 쿠팡에서 상품 플랫폼을 개발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쿠팡은 같은 상품을 PC, 모바일웹, 앱에서 각각 다른 형태로 보여주지만 거기에 제공되는 상품 정보는 모두 동일한 정보다. 이러한 공통된 상품 정보의 규격을 유지보수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상품,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필요해지면서 그에 맞춘 플랫폼 개발도 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에선 어떤 내용을 강조했는지?

▶스펙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적었다.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과정, 개발자가 되기 위한 노력, 쿠팡에서 해보고 싶은 일 등을 적었다.

-쿠팡 입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은?

▶개발자들이 기획을 주도하게 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의 기업문화에 대해 조사했다. '쿠팡의 개발 문화는 애자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애자일' 방식을 공부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이고 수평적인 쿠팡의 문화를 알 수 있었다. 면접에서 내가 원하는 기업문화와 되고 싶은 인재상을 얘기했다.

-면접 때 받았던 기억에 남는 질문은?

▶다른 기업들의 면접을 보면 풀이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문제풀이를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하고 면접관들은 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발표를 마치면 면접관의 난해한 표정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의 면접은 답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면접관이 직접 '이렇게 풀어보는 건 어떠냐'며 다른 풀이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계속 던져줬다. 그 중에는 문제에 대한 힌트도 있었다. 단순히 답을 아는지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문제더라도 풀어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입사 전엔 몰랐던, 입사 후에 보니 가장 필요한 스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전에는 개발자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개발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팡의 개발자들은 사람들 앞에 자주 서게 된다. 매일 스크럼(개발 회의)을 하면서 팀원들끼리 서로 자기가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 공유한다. 팀원들이 업무의 진행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략하게 얘기해야 한다. 또 현업 부서들과 회의에 자주 들어가는데, 기술적인 용어를 제외하면서 업무의 난이도, 예상 일정 등을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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