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의난' 표결 불가피…동주-동빈 누가 웃을까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5.07.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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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과반 우호지분 확보 자신…최종 순간 신격호 회장 의중이 판도 가를 듯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


롯데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업체로 이사회를 장악하면 곧 양국 롯데의 경영권권을 거머쥘 수 있다.

문제는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두 과반 지분 확보와 주총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양측의 지분 셈법조차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 지분 합쳐 2/3 확보" vs "이미 과반…최대 72% 지지"=신 전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빠른 시일 안에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교체를 건의 하겠다"고 밝혔다. 주총 표 대결을 통해 자신을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몰아내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무시한 동생(신동빈 회장)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자신감은 신 총괄회장과 자신을 지지하는 롯데홀딩스 의결권이 전체의 3분의2에 달한다는 셈법에서 기인한다.



그는 "롯데홀딩스 의결권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지분 33%를 갖고 있고 나는 2%에 못 미치지만 32%의 종업원 지분(우리사주 등)을 합치면 3분의2가 된다"며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은 이에 미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33%와 종업원 지분 32%, 자신의 2% 등 롯데홀딩스 지분 67%를 확보한 셈이다. 주주총회 소집은 물론 이사 재선임도 충분히 가능한 지분율이다.

반면 한국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이사회 지지와 종업원 지분을 기반으로 과반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 29일 "신 회장이 우호 지분을 합쳐 롯데홀딩스 의결권 과반 이상을 확보했으며 최대 72%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날도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자료를 발표해 "28일 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무효화 한 것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과반 이상의 지분 확보를 재차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지배하는 광윤사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27.65%로 한정하고 이를 제외한 최대 72%의 지분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15일 이사회와 신 총괄회장의 이사 해임을 불법으로 규정한 28일 이사회에서 이사 전원이 신 회장을 지지한 만큼 이들이 대표하는 지분은 신 회장 우호 지분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종업원 지분도 신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했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 의중이 승부처"= 양측의 지분 셈법에서 드러나는 가장 명확한 차이는 광윤사의 롯데홀딩스 지분율과 우호 지분 확보 여부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을 33%로 밝힌 반면 신 회장은 27.65%로 파악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 지분을 포함해 32%를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 것과 달리 신 회장은 종업원 지분 12%와 19%로 추정되는 롯데홀딩스 이사진 지분을 자신의 편으로 분류했다.

양측 모두 종업원 지분을 자기 편으로 믿고 동시에 추가적인 우호 지분 확보를 자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투명한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상 누가 어느 정도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느냐는 최종 표결 순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느냐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신 총괄회장이 심경을 밝힐 경우, 전반적인 구도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경영권 갈등이 최종 표결로 갈 경우, 결국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말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 의지를 분명히 할 경우, 신 회장이 현재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는 지분 중 일부가 입장을 바꿔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할 수 있다. 이 경우, 표 대결 끝에 신 회장이 일본은 물론 한국 롯데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본에 머물며 이사진 및 종업원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체류 중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수시로 만나 지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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