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주민세 안 낸 얌체족, 실명 공개한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5.06.0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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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기본법, 명단공개 기준 체납액 1000만원 이상으로 강화해도 실효성 의문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비교 인근에서 지방세·과태료 체납차량 및 대포차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비교 인근에서 지방세·과태료 체납차량 및 대포차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이촌로에 사는 유 모씨(80)는 지난 1992년 12월부터 주민세가 체납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2억700만원을 내지 않았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송 모씨(71)는 지난 1991년 1월부터 24년간 체납된 주민세가 총 6300만원이다. 그의 주민세 체납이 시작된 1991년은 소련 연방이 붕괴되고 걸프전이 발발하던 시기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압박하기 위해 실명과 주소, 체납액 등을 공개하는 '체납자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해 명단공개 기준을 1000만원으로 강화했지만, 최근 5년간 체납자 수는 점점 더 늘고 있다. 명단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적극적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정된 지방세기본법은 고액·체납자의 명단공개 기준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공개하지 않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의 체납자 명단도 내년 말부터 공개하게 된다.



지방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은 조례를 통해 1000만~3000만원 사이에서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기준금액을 정하게 돼 있다. 체납자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명단공개 기준금액을 1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더 많은 1000만원 이상 체납자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연도별 고액 및 상습체납 명단공개자 현황.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서울시의 연도별 고액 및 상습체납 명단공개자 현황.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서울시는 지난 명단공개 기준 체납액을 1억원에서 2011년 3000만원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체납자는 2011년 4645명, 2012년 5587명, 2013년 6139명, 지난해에는 6979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체납액 실명공개 기준을 낮춰도 실효성이 크지 않단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저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으론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체납액을 1000만원으로 낮추면 타 지자체는 몰라도 서울시는 체납자가 너무 많아져 명단공개 실효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납자 명단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류가 뒤죽박죽 돼 있는 점도 문제다. 현재는 국세청 홈페이지 및 일부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찾아볼 수 있고, 공개된 명단도 금액이나 지자체별로 정리돼 있지 않아 뒤섞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명단공개에 따른 추가제재 방안을 더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체납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끝인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추가적인 행정제재를 할 수 있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체납자 명단 공개 취지는 창피함과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인데 현재는 체납자에 대한 정보 제공량이 적고 동명이인도 많아 누가누군지 알기 힘들다"며 "어디 아파트에 사는지 체납자 동네 주민들이 알 정도는 돼야 실효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체납자 정보를 카테고리별로 보기 쉽게 분류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일정 기간 동안 광고를 하는 등 명단공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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