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부패 스캔들' 일파만파…블라터 5선에 FIFA 분열 가속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5.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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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미국 사정당국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FIFA 안팎의 비판 속에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5선 연임에 성공하자 FIFA의 내분도 가속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국세청(IRS)이 FIFA의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추가 구속 및 기소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웨버 IRS 범죄수사국장은 전날 전화회견에서 FIFA 부정 파문과 관련한 추가 기소 등으로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가 추가 수사 대상인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활발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체포, 기소 등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IRS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연방 검찰 등과 함께 FIFA 간부와 스포츠마케팅업자들이 지난 25년간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뇌물 스캔들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7일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측근 및 잭 워너 전 부회장을 포함한 FIFA 전·현직 간부 9명과 스포츠마케팅업자 5명 등 14명을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공소장에는 2010 월드컵 개최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지하는 대가로 1000만달러의 뇌물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 있다. 이 돈은 2008년 스위스 FIFA 계좌에서 워너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의 계좌로 세 차례에 걸쳐 송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FIFA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 정도 자금을 송금하려면 고위 간부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서명한 간부가 문제가 된 자금의 용처를 알고 있었는지가 이번 수사에서 결정적인 대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FIFA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당시 1000만달러 정도의 돈을 송금하려면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나 마르쿠스 캐트너 FIFA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승인이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발케 총장과 캐트너 CFO는 여전히 현직에 있으며 이번 기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IRS가 추가 수사 의지를 천명한 날 블라터 회장은 5선 연임에 성공했다. 때문에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부패행위가 이번 수사의 몸통이라는 의혹 속에 이번 수사의 타깃이 결국 블라터 회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98년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집권한 블라터 회장은 지난 29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으로 재선됐다. 그는 FIFA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패 혐의를 부인하며 FIFA 총회를 앞둔 이번 사정이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블라터 회장의 5선을 둘러싼 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와 중동은 블라터 회장을 지지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반(反) 블라터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은 블라터 회장이 재선되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EFA가 FIFA와 갈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이날 블라터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 영국은 월드컵 유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FBI와 스위스 사정당국이 결국 블라터 회장을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크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 무산 가능성을 정식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FA 명예회장인 영국 윌리엄 왕세손도 이날 FIFA의 부패는 "걷잡을 수 없고 체계적이며 뿌리가 깊다"며 블라터 회장을 비난했다. 그는 FIFA에 "부패를 막고 스포츠를 먼저 챙기라"고 꼬집었다.

FIFA 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데이비드 길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도 블라터 회장 연임에 불만을 품고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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