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개념 바꾸자" 국회 논의…위헌 판결 나면?

머니투데이 서동욱 이미영 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4.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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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성매매특별법 운명은](종합)

"성매매 개념 바꾸자" 국회 논의…위헌 판결 나면?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성매매자 처벌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대상에 올라 있다. 국회에서는 성매매 피해자의 범위와 처벌 대상 등을 새롭게 규정한 개정안들이 논의되고 있어 이들 법안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오는 9일 공개변론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헌재 공개변론은 선고를 앞둔 주요 헌법재판 사건의 쟁점을 공론화하고 헌재 재판관들이 찬반 의견을 직접 들어 재판에 참고하기 위해 열린다.



이번에 위헌 여부가 가려질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는 21조 1항이다. 이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한 사람은 성을 판매한 여성 A씨다.

A씨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의 성행위는 성적 자기 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성매매특별법은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청 사유를 밝혔다.



성을 판매한 여성이 제기한 사건인만큼 성매수 남성을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가려달라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성의 매수·판매행위를 별개 사안으로 보기 어려워 성을 사는 남성의 처벌 여부까지 심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성매수자만 처벌··· 개정안은 피해자 구제에 초점

7일 국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과 같은당 김상희 의원 등이 발의한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남인순 의원 법안은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자는 '전부개정법률안'이다.


남 의원 법안은 '성매매'의 정의를 '성매수'의 개념으로 바꿔 성매수자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돈을 받고 매수자에게 성을 판 사람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며 성매수 알선 범죄의 범위도 확대했다.

김상희 의원 법안은 '성매매 피해자'의 범위를 기존의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 사람"으로 정의,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감금·폭행·강요 등이 없는 자발적 성 판매자 역시 성매매 피해자로 보고 처벌면제와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각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법안 모두 성 판매자를 보호하고 성 매수자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성매매 자체의 불법성을 전제하고 성 판매자인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 의원 법안은 2013년 9월, 김 의원 법안은 2014년 7월에 각각 발의됐고 두 법안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이번에 판단 대상이 된 21조 1항의 위헌심판은 북부지법이 2013년 1월에 헌재에 제청했다.

◇성매매특별법 개정안, 헌재 선고에 따른 운명은···



헌재 선고 이전에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국회와 헌재에 따르면 두 법안 모두 '구법' 폐지를 전제로 한 제정안이 아닌 만큼 21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설사 구법이 된다 하더라도 성매매행위에 대한 불법성, 매매자 처벌 등 신법과 구법이 동일한 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면 헌법재판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돼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은 열릴 수 있다.

헌재가 21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 개정안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합헌 결정은 헌재가 성매매 자체의 불법성, 성매매자 처벌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개정안에서 강조하고 있는 '피해자 구제'로 논의의 관점이 이동할 공산이 크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두 법안 모두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인데, 성매매 행위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모델', 성매매 절반 줄였다는데…'정답'일까?

"성매매 개념 바꾸자" 국회 논의…위헌 판결 나면?


성매매는 어느 나라에서도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성매매를 보는 시각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성매매는 합법이 되고 불법이 되기도 한다. 각국 정부의 성매매 정책의 목표는 같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호와 건강한 사회 구현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성매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를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성매매 금지주의 △부분적 금지주의(성구매자만 처벌) △국가 규제주의(합법화) △비처벌주의 (성매매법 폐지) 등이다.

금지주의의 대표적인 나라로는 한국, 중국, 러시아다. 성매매를 퇴폐행위로 인식하고 범죄로 규정한다. 이 경우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업체는 물론 성판매자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국 성매매여성은 2002년 7만9012명에서 14만5600명으로 증가했다. 키스방, 휴게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 거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공창제를 통해 국가가 규제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이다. 공창제를 허용하는 배경에는 성매매를 성인들 간의 자유로운 성거래로 보고, 성노동을 정상적인 직업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이는 성노동자의 생존권을 인정하고 성매매자의 사회적 낙인효과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지닌다.

하지만 이 공창제도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2007년 유럽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공창제도를 실시한 네덜란드의 경우 성매매 종사자 중 95%가 노동계약 없이 일을 하고 있으며 사회보장서비스 수혜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7년 독일정부가 실시한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성매매 종사자의 92%가 성희롱 피해를, 87%가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성매매 시장 규모도 커졌다. 2010년 독일 성매매 시장 규모는 약 14.5억 유로이며 성매매 종사자만 40~45만명에 달한다.



그나마 성매매에 일정부분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는 부분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북유럽 국가들은 성구매자에 한해서 처벌한다. 1999년 스웨덴에 도입된 이후 북유럽 전체로 확산됐다.

북유럽의 이같은 정책은 성매매를 사회적 불평등으로 접근해 성매매자를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매매를 억제하고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다. 스웨덴은 2011년 성 구매 의도가 있거나 실제로 행한 경우 기존 6개월 형에서 1년 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 성구매자 처벌 정
책은 어느정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스웨덴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거리 성매매 종사자들이 정책 시행 이후 절반으로 줄었으며 성구매 남성도 13.6%에서 7.6%로 줄어들었다.



성매매를 개인간의 거래로 인정, 국가가 아예 개입을 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 이태리,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나 업주는 규제하지만 개인 간에 이뤄지는 성매매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여성계는 스웨덴식으로 성매매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희·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매매자와 매수자모두를 처벌하는 현행법 대신 성매수자만 처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곤장에서 벌금·징역형까지…성매매 규제 변천사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를 열고 전국의 성매매집결지역 뿌리뽑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30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성매매집결지역 모습. / 사진 = 뉴스1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를 열고 전국의 성매매집결지역 뿌리뽑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30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성매매집결지역 모습. / 사진 = 뉴스1
우리나라에서 성매매행위를 규제한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격한 유교국가인 조선시대에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매춘을 금지했다.양인 여성이 매춘을 하다 발각되면 노비로 전락했다. 양인 여자를 사들여 창녀로 만든 이는 곤장으로 다스렸다고 역사학자들은 전한다.

구한말 개항 이후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일본식 공창제가 있었지만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폐지됐다. 미군정은 1946년에 ‘부녀자의 매매 또는 그 매매계약의 금지’를 공포하며 1948년에 이르러 공창제 폐지를 시행하는 법령을 공고했다.



제1공화국의 퇴진 이후 성매매도 하나의 직업이란 여론이 조성되면서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1961년 1월 국무총리 장면의 승인 거부로 실패했고 제2공화국은 모든 성매매를 불법화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사회악 일소'를 이유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도입, 이법이 2000년대까지 이어지게 된다. 윤락행위 방지법은 성매매여성을 '윤리적으로 타락한 행위'를 한 여성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선도하는 목적이 강했다.

이 법 '보호지도소 규정'에는 "국가는 윤락행위의 상습이 있는 자와 환경 또는 성행으로 보아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선도보호하기 위해 보건사회부 장관이 지정하는 중요 도시 기타 필요한 곳에 보호지도소를 설치한다"고 규정돼 있다.



윤락행위 방지법을 통해 성매매를 반대했지만 1962년부터 전국 각지에 집장촌 특정지역을 설치해 운영하는 등 법과 현실은 더욱 동떨어지게 된다. 일본인들의 기생관광을 유치해 외화획득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아픈 과거가 있다.

윤락행위 방지법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개정됐다. ‘윤락행위시 남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여성계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3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로 바뀌었다.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 성매매 여성 5명과 14명이 각각 희생됐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한 성매매 여성의 일기장에는 강요와 폭력 속에 성매매를 하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전국적인 성매매 해체운동으로 번졌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 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계기로 2004년 3월 2일'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같은해 9월 23일 두 법률이 시행됐다.

[막전막후속기록]성매매 여성, 도박·카드빚 때문?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성을 '판매'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성매매특별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청구한 것은 성매매자 처벌에 대한 모호한 기준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논란의 기폭제가 된 성매매자 처벌 문제는 제정될 당시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2002년 11월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법권자들은 성매매자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분류하는 부분에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형법상 처벌규정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으로 성매매를 사회문제라기 보다는 '범죄'로 인식했던 탓이 크다.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함승희 전 의원은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또 그것 말고도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등 하여간 성에 관해서 엄청 많은데..."라며 "폭력 행위하는 놈 처벌하고, 매매 알선하는 놈 처벌하고, 피해자들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해 가지고 성보호에 관한 통합법을 만들 방법은 없느냐"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의 관할 부처를 어디로 할지에 초점을 두는 논의도 있었다.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전 의원은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여성문제라고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법무부에서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철저히 집행하도록 경찰도 지휘하고 해서 그러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이어 "인권 문제고 인륜 문제이지 여성 문제가 아니다""(우리가) 다들 남성이고 그래서 여기(성매매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것은 여성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에 대한 근본적 견해를 달리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기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성매매를) 뿌리 뽑는 것은 법을 자꾸 만들어 가지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우리 여성부에서나 여성위원회에서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돌아가게 되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야 된다는 정도로 우리 여성들은 식당에 가서 일하고 그런 것을 기피한다고 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대책이라든지 사회 전반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국가적 노력과 함께 무슨 처벌 법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도박이나 카드빚에 시달린다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선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카드 빚 때문에 연일 사고가 나는데도 마구잡이로 해 준다거나, 또는 경륜이다 경마다 카지노다 복권이다 이래 가지고 전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이 범람하는 국가정책을 하면서 그 부작용을 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을 발의한 조배숙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성매매금지법으로 대체할 윤락행위방지법은 1961년에 제정돼 현실하고 거리가 멀 뿐더러 성매매로 엄청난 이익을 보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여기에 뛰어들어 여성들의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적정하게 규율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좀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의 과정에 대해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2002년 법사위에서 논의될 당시 여성 인권이나 성매매의 근본 원인으로 접근하는 의원들은 극소수였다"며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매매 여성 보호 문제가 미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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