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속기록]성매매 여성, 도박·카드빚 때문?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5.04.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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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성매매특별법 운명은④]김기춘 "식당 일 같은건 기피한다", 조순형 "성매매 문제, 여성문제 아냐"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9차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성을 '판매'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성매매특별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청구한 것은 성매매자 처벌에 대한 모호한 기준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논란의 기폭제가 된 성매매자 처벌 문제는 제정될 당시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2002년 11월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법권자들은 성매매자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분류하는 부분에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형법상 처벌규정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으로 성매매를 사회문제라기 보다는 '범죄'로 인식했던 탓이 크다.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함승희 전 의원은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또 그것 말고도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등 하여간 성에 관해서 엄청 많은데..."라며 "폭력 행위하는 놈 처벌하고, 매매 알선하는 놈 처벌하고, 피해자들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해 가지고 성보호에 관한 통합법을 만들 방법은 없느냐"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의 관할 부처를 어디로 할지에 초점을 두는 논의도 있었다.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전 의원은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여성문제라고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법무부에서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철저히 집행하도록 경찰도 지휘하고 해서 그러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이어 "인권 문제고 인륜 문제이지 여성 문제가 아니다""(우리가) 다들 남성이고 그래서 여기(성매매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것은 여성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에 대한 근본적 견해를 달리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기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성매매를) 뿌리 뽑는 것은 법을 자꾸 만들어 가지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우리 여성부에서나 여성위원회에서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돌아가게 되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야 된다는 정도로 우리 여성들은 식당에 가서 일하고 그런 것을 기피한다고 한다" "여성 인력의 활용대책이라든지 사회 전반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국가적 노력과 함께 무슨 처벌 법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도박이나 카드빚에 시달린다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선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카드 빚 때문에 연일 사고가 나는데도 마구잡이로 해 준다거나, 또는 경륜이다 경마다 카지노다 복권이다 이래 가지고 전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이 범람하는 국가정책을 하면서 그 부작용을 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을 발의한 조배숙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성매매금지법으로 대체할 윤락행위방지법은 1961년에 제정돼 현실하고 거리가 멀 뿐더러 성매매로 엄청난 이익을 보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여기에 뛰어들어 여성들의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적정하게 규율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좀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의 과정에 대해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2002년 법사위에서 논의될 당시 여성 인권이나 성매매의 근본 원인으로 접근하는 의원들은 극소수였다"며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매매 여성 보호 문제가 미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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