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빛 발하는 PEF 빚테크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3.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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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로엔엔터·약진통상 등 리파이낸싱 잇따라…이자 낮추고 재조달자금 배당 투입 '일석이조'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의 리파이낸싱(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를 낮춰 이자부담을 줄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에 자금을 회수하는 '빚테크'에 나선 것이다.

1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은 최근 ADT캡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담당할 금융 주선사 선정에 착수했다. 이달 안에 거래 구조와 금액을 확정하고 주선사를 낙점한다는 계획이다. 주선사 자리를 두고 지난해 인수금융을 주선한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수의 금융사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지난해 5월 ADT캡스 지분 100%를 19억3000만달러(1조98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관사였던 외환은행·KB국민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투자증권에서 선순위 대출금 9400억원을, UBS에서 후순위 대출금 3600억원을 조달했다.

칼라일은 지난달부터 중견의류제조사 약진통상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인수 당시 금융권에서 차입한 자금은 이자비용 지급을 위한 한도대출(RCF)을 포함해 총 975억원이었다. 현재 남은 대출 잔액은 260억원 정도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지난달 말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작업을 마무리하고 우리은행과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 KDB대우증권과 230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 리파이낸싱 규모는 차입원금 2300억원과 한도대출 550억원 등 총 2850억원이다.

한앤컴퍼니도 연초 포스화인 인수 자금 용도로 우리은행과 하나대투증권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한 대출금 55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다.

최근 PEF 운용사의 잇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유례없는 금리 하락 추세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1.75%로 전격 인하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만에 금리인하폭이 0.75%포인트에 달한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시장금리 하락세는 더 가파른 모습이다.


금융권이나 연기금·공제회 등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PEF 운용사의 입장에선 이자비용이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중도상환 수수료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멍석'이 깔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1~2년 사이 5% 안팎의 금리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경우 금리를 0.5%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칼라일의 경우 약진통상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서 금리를 기존보다 0.7%포인트 낮은 5%로 낮췄다. 어피너티는 리파이낸싱 금리를 선순위 4% 중반, 후순위 7% 중반 수준으로 결정하면서 선순위 대출 기준으로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이자비용 절감보다 더 주목할 점은 조기 자금회수 효과다. PEF 운용사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금리 인하와 함께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재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배당에 투입, 조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칼라일은 리파이낸싱 대출금 950억원 가운데 260억원을 기존 대출금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 590억원은 배당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너티는 리파이낸싱을 통해 지난해 9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인수금융 자금(950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차입금을 조달하면서 2000억원 상당의 에퀴티 출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조기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MBK파트너스도 코웨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서 차입 규모를 늘리면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대개의 경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금리 인하와 함께 인수기업의 가치가 오른 경우에 진행되기 때문에 PEF가 말 그대로 '빚테크 대박'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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