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는 그 중 보론을 미량 첨가한 뒤 합금강으로 분류 받아 중국 정부로부터 세금 환급을 받던 '보론강'에 대해 2010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끝에 결국 지난해 말 '증치세 환급 폐지' 성과를 거둬냈다.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와 정부의 꾸준한 문제제기 노력이 그 원동력이었다.
지난달 24일 왕양 중국 부총리와의 오찬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방문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대책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권 회장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거지, 보론과 크롬은 다르다"며 "중국 정부가 여러 가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까 (한국향)수출에 대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한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미 크롬강 오퍼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기자를 힐난하던 중, 발언자가 권 회장이라는 말을 들은 뒤 "발언을 직접 듣지 못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안타깝게도 권 회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중국 업체들의 크롬강 꼼수가, 포스코는 생산하지 않는 '건설 철강재'부터 시작되기에 권 회장의 위기 인식이 뒤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이자 동시에 업계를 이끄는 철강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영업익 3조원 달성으로 포스코를 위기에서 꺼냈듯이, 중국산 '꼼수철강'에 고사 직전 위기인 국내 철강업계를 위해 단호한 선제적 대처에 나서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