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식판’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5.01.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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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모로우솔루션 최우수상 수상한 ‘잔반 프로젝트 팀’

삼성 투모로우솔루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목동 잔반 프로젝트 팀. 사진 왼쪽부터 박민규, 구창현, 조준우 학생. 이정훈 교사.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 투모로우솔루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목동 잔반 프로젝트 팀. 사진 왼쪽부터 박민규, 구창현, 조준우 학생. 이정훈 교사. /사진제공=삼성전자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미생물 화학분야 연구자요”, “물리학자요”, “엔지니어요”

친구들과 놀고 학원 숙제하기에도 벅찬,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하는 16살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디테일한 ‘꿈’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솔루션 공모전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을 거머쥔 목동 양정중학교 학생들 얘기다.



조준우(18세, 영일고) 학생을 필두로 박민규·정성균·구창현(16), 이준후(15세), 이지석·신정빈(14) 학생이 의기투합한 ‘목동 잔반 프로젝트’ 팀은 생활 속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무지개 식판’으로 대학생, 일반인 등 1500여개 팀이 넘게 참여한 공모전에서 당당히 입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실생활에 굉장히 유용한 아이디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착안한 ‘무지개 식판’은 기존 식판에 무지개 형태로 선을 그은 제품이다. 안내선에 맞춰 개인별로 정량의 밥과 반찬을 담을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배경은 학교 급식의 절반 이상이 ‘잔반’으로 버려지는 문제 때문이었다.

일반 식판에 밥을 가득 담으면 2공기를 훌쩍 넘어선다. 반찬도 가득 담으면 2~3인분이 족히 된다. 먹성이 좋을 나이지만 남길 수밖에 없는 양이다.

학생들을 지도한 이정훈 교사는 “일반 식판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으면 일반 성인들 2명이서 먹어도 남길 수 있는 양이 나온다”며 “환경문제를 넘어 학생들 급식의 질과도 직결된 중요한 문제여서 아이들과 함께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무지개 식판 효과는 놀라웠다. 학생 1인당 평균 130g이 넘었던 잔반량이 10g 이내로 줄었다. 특히 식판에 줄을 그어 정량을 유도하면서 식판 재질을 바꿔 무게를 기존제품보다 1/3로 줄였다. 식판에 담겨진 음식 무게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무지개 식판을 생각해 낸 것은 아니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 밥을 뜨는 숟가락, 국을 뜨는 국자, 숟가락과 젓가락 크기를 줄여보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고 즐겼다.

공모전 심사과정에서 삼성 산업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에게 받은 조언도 무지개 식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잔반 프로젝트 학생들의 ‘기특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은 공모전 상금으로 받은 500만원어치의 삼성전자 제품 교환권을 어려운 이웃에 선뜻 기부했다. 학생들의 기부한 세탁기, 냉장고 등은 성남시 수정구청에 보내졌고 관내 독거노인, 미혼모 등 저소득 소외계층 가구 10여 곳에 전달됐다.

조준우 군은 “솔직히 노트북을 갖고 싶긴 했어요. 선생님께 우리가 좀 쓰면 안되냐고도 했죠. 그런데 나중에 기부를 받은 가정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듣고 나니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무지개 식판 사업을 본격화 할 수 있도록 이 팀에 2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기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일부 군부대나 급식시설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학생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잔반프로젝트 팀의 아이디어로 만든 무지개 식판. 기존 식판에 선을 그어 밥, 반찬을 정량으로 담을 수 있도록 했고 가벼운 재질을 써서 음식의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제공=삼성전자잔반프로젝트 팀의 아이디어로 만든 무지개 식판. 기존 식판에 선을 그어 밥, 반찬을 정량으로 담을 수 있도록 했고 가벼운 재질을 써서 음식의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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