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꽃뱀은 실제로 존재하는 파충류이기도 하다. '율모기'라고도 하는 '유혈목이'라는 뱀이 있는데 이 뱀을 보통 꽃뱀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뱀으로 전신에 꽃이 핀 것 같은 알록달록한 빛깔의 무늬가 있다. 신경 독을 갖고 있어 물리면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전신내출혈이 일어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파충류든 사람이든 물렸을 때의 증상은 비슷한 것 같다. 그 충격으로 사고가 정지되며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소문은 경직된 상태를 지속시킨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게 되면 두통 및 현금출혈이 시작된다. 승소여부에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는 것과 맞먹는 타격을 받는 게 보통이다.
영화 '타짜'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볼품없는 호프집 메뉴판에 4만원짜리 감자튀김이 있다면, 아무리 그녀가 옆 자리에 앉아 달콤한 향기를 뿜어댄다 해도 낌새를 알아챌 법하다. 그런데 순박한 먹잇감들은 그저 그녀의 웃음에 혹해 안주를 시키고 양주를 마시며 몇 십, 몇 백 만원을 계산하기에 이른다. 꽃뱀은 여기서 뒷돈을 챙기는 방법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조건만남 쪽지를 보내 선입금을 요구하는 꽃뱀도 있다. 이들을 모두 '어플꽃뱀'이라고 부른다.
회사로 내용증명이 날아와 호되게 곤욕을 치른 후배도 있다. 데이트를 즐기며 연애를 하자고 까지 말한 그녀는 역시나 섹스 후에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낌새를 차린 후배가 거리를 두자 다짜고짜 회사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후배도 변호사를 섭외해 소송절차를 치렀다. 그 후 얻게 된 교훈이라며 알려준 이야기는 오래전 형이 말해준 내용과 거의 흡사했다.
영화 '타짜'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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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불쾌감을 느낄까봐 도저히 계산을 맡길 수 없다면 녹음이라도 해라. 이 때 중요한 건 단순히 모텔에 먼저 가자했다는 발언만으론 승소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모텔에서 잠만 자려고 했을 뿐인데 이 남자가 강제로 추행한 거예요!"라는 진술을 하는 꽃뱀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반드시 스킨십과 섹스를 그녀도 원하고 있다는 식의 유도발언을 해서 녹음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게 꽃뱀에 당한 남자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반 진담반의 조언이 다시 등장했고 남자들은 단단히 새겨듣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이 한심한 듯 비웃었다. 안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여자 외모만 보고 혹 하는 철없는 남자, 혹은 섹스와 원나잇에 환장한 가벼운 남자들이나 그런 꽃뱀을 만나는 거라고 말 한다. 발끈한 남자들은 다시 이야기 한다. 남자 스펙에 혹해서 나쁜 남자인지도 모르고 빠져 버리는 여자들과 뭐가 다르냐? 그런 남자꽃뱀들이나 조심하라며 남자들이 말을 이었다. 심지어는 그런 스펙남들만 골라 만나며 그의 능력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생각하는 변종꽃뱀들이 늘어났다고.
영화 '타짜'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름다움이 갖는 파워는 상당하다. 힘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천하장사의 옷을 벗기는 방법은 미녀의 말 몇 마디일 테니까. 그런데 반드시 육체적 아름다움만이 꽃뱀의 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꽃뱀보다 더 무서운 건 그 화려함을 숨긴 채 접근하는 여자들이다.
큰 범죄의 주인공들 중엔 얼굴 예쁜 꽃뱀이 드물다고 한다. 상하이 한국 영사 섹스 스캔들의 범인인 덩신밍은 대단히 평범한 얼굴이었다, 뚱녀 꽃뱀 살인사건의 키지마 카나에의 경우는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외모다. 남자든 여자든, 외모가 화려하지 않다 해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당신의 경계가 꽤 견고하다면, 그걸 무너뜨리는 건 치명적인 미모가 아닌 그들의 화술일 거다. 뱀은 혀를 낼름거리며 냄새와 열을 감지한다. 당신의 돈 냄새와 사랑에 대한 열망을 파악하려는 꽃뱀의 혀를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서서히 독을 스며들게 한다. 그런 독이 더 무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