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부는 기승을 부리던 전·월세난 악화를 막고 1~2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도심에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을 내놓았다. 민간시장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공동주택의 경우 건물간 간격을 6m 이상 둬야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대폭 완화된 ‘1m 이상’ 기준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불이 난 '대봉그린'의 경우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골목길 양쪽으로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가 돼 있어 일일이 견인차로 끌어낸 후 소방차가 들어오느라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일반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1대 이상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절반 수준인 가구당 0.5대만 마련하면 된다. 결국 거주자 차량의 절반 이상은 도로에 주차돼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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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건물엔 기본적 소방설비인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11층 미만으로 현행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니었던 것. 실제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1층 이상인 특정 소방 대상물의 경우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성이 확보되자 소규모 영세건축업자들까지 시공에 나서면서 원가절감을 위한 부실시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 관행상 원가절감을 위해 철근 한두 개 빼먹는 일이 허다했다"며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감리 규정이 약해 부실시공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감리 규정을 따르는데 일반적인 공동주택의 경우 20가구 미만일 경우에만 건축법상 감리대상이다. 건축법상 감리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은 20~15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임에도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주택법엔 사업계획 승인자, 즉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지만 건축법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직접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물 안전을 위해선 감리를 강화하는 게 맞지만, 감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