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합할부' 싸움이 재미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4.11.25 15:47
글자크기
[기자수첩]'복합할부' 싸움이 재미없는 이유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는데, 영 흥미롭지가 않다. 긴장감도 없고, 응원하고 싶은 편도 없고, 심판도 없다. 모름지기 싸움이란 치고받는 맛이 있어야 하거늘, 째려보고 험담만 하다 끝났다. 자기들은 화해했다고 큰 소리 치는데, 언제든 또 싸울 기세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던'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복합할부 수수료 '싸움'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KB국민카드는 지루한 공방 끝에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협상은 두 차례나 연기되며 파행으로 치달았고,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금융당국의 '개입 아닌 개입'으로 싸움은 갑작스럽게 종료됐다. 하지만 누구도 안도할 수 없는 화해다. 현대차는 일단 올해는 1.5%대 수수료율에 합의하고, 향후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이에 맞춰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다시 낮춘다는 포석이다. 계약서에 앞으로 수수료율 전반에 변동이 생길 경우, 재협의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단 이유다.

만약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다시 한 번 일전을 치러야 한다. 또 당장 내년에는 현대차와 삼성카드와 '2차전'이 예정돼 있다. 성급한 '구경꾼'들은 벌써 삼성카드의 행보를 예단하며 싸움을 붙이는 분위기다. 내년 3월 삼성카드와의 계약에서 현대차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삼성카드가 현대차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현대의 재계 다툼으로 번지면서 금융당국을 벗어나 사정기관인 공정위까지 개입하게 된다.



점점 판이 커지고 있는 복합할부 싸움이 재미없는 이유는 '싸움답지 않아서'다. 룰이 없지만 법은 지켜야 하고, 심판이 없지만 금융당국이 버티고 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링 위의 선수들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싸움에서 가장 곤란했던 건 사실 금융당국이다.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가 현대차의 요구대로 인하된다면 2012년말 여신전문금융업법까지 개정해가며 마련한 '신가맹점 수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국이 '25%룰(한 은행이 팔 수 있는 동일 보험사의 상품 비율을 25%로 제한하는 제도)' 도입까지 들먹이며 차 업계를 압박한 이유기도 하다.

'솔로몬의 해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못 싸우게 할 거면 확실한 '유권해석'으로 결론을 내 주든지, 그게 아니라면 끼어들지 말고 끝장을 보게 해야 한다. 덮을수록 치우기만 힘들어지는 일도 있다. 누구하나 즐겁지 않은 소모적인 싸움은 빨리 끝나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