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던'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복합할부 수수료 '싸움'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KB국민카드는 지루한 공방 끝에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협상은 두 차례나 연기되며 파행으로 치달았고,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만약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현대차와 KB국민카드는 다시 한 번 일전을 치러야 한다. 또 당장 내년에는 현대차와 삼성카드와 '2차전'이 예정돼 있다. 성급한 '구경꾼'들은 벌써 삼성카드의 행보를 예단하며 싸움을 붙이는 분위기다. 내년 3월 삼성카드와의 계약에서 현대차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삼성카드가 현대차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현대의 재계 다툼으로 번지면서 금융당국을 벗어나 사정기관인 공정위까지 개입하게 된다.
이번 싸움에서 가장 곤란했던 건 사실 금융당국이다.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가 현대차의 요구대로 인하된다면 2012년말 여신전문금융업법까지 개정해가며 마련한 '신가맹점 수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국이 '25%룰(한 은행이 팔 수 있는 동일 보험사의 상품 비율을 25%로 제한하는 제도)' 도입까지 들먹이며 차 업계를 압박한 이유기도 하다.
'솔로몬의 해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못 싸우게 할 거면 확실한 '유권해석'으로 결론을 내 주든지, 그게 아니라면 끼어들지 말고 끝장을 보게 해야 한다. 덮을수록 치우기만 힘들어지는 일도 있다. 누구하나 즐겁지 않은 소모적인 싸움은 빨리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