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애틋했는데…" '판교참사' 희생 부부 눈물의 발인식

머니투데이 성남(경기)=김유진 기자 2014.10.21 13:51
글자크기

정연태·권복녀씨 부부 "'암수술' 부인 기분전환차 간 공연인데…"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 주변 환풍기 붕괴 추락사고 사망자의 조문객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 사진=뉴스1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 주변 환풍기 붕괴 추락사고 사망자의 조문객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아이고 아이고…. 네가 이렇게 가면 이 엄마는 어떡하라고…."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운구차에 태우지 못하고 한참을 차 앞에서 오열했다. 스무 살 큰손자와 고등학교 2학년인 손녀는 각각 아빠와 엄마의 영정사진을 손에 들고 울음을 꾹꾹 삼켰다. 11살밖에 되지 않은 막내딸은 삼촌들의 품에 안긴 채 운구차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숨진 정연태(47)·권복녀(45·여)씨 부부의 발인식이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엄수됐다. 세 자녀를 두고 갑작스레 떠난 부부의 죽음을 하늘도 아쉬워하듯 이날 발인식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아버지의 시신 앞에 서서 영정사진을 든 채 리무진으로 향하던 큰 아들은 장남의 무게를 벌써부터 느끼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절차를 따랐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들고 또 다른 리무진으로 향하던 큰 딸은 오열하는 할머니를 보고 힘들어했지만 끝내 눈물을 참았다.

정씨는 사고가 난 공연장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었다. 과거 이삿짐을 나르다 다쳐 다리를 절면서도 일을 해 왔다. 사고 당일 오전 7시에 근무를 마치고 교대한 뒤 집에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이고 아내 권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 집을 나섰다. 두 달 전 암 수술을 받은 아내의 기분전환을 위해 나선 길이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왔던 큰 아들은 사고 다음 날이 생일이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금슬이 넘치는 부모 아래 행복한 가정이었다. 다함께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기로 했던 본인의 생일날, 아들은 부모의 장례를 치르게 됐다.

이날 발인식에는 부부의 가족들과 친구 등 지인 50여명이 참석해 망자의 가는 길을 함께했다. 정씨의 오랜 친구라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참 성실하고, 착하던 친구였다"며 "이제 와서 망자의 살아생전 이야기를 많이 해서 무엇 하겠느냐"고 말을 줄였다.

이날까지 장례식이 진행된 정씨 부부의 시신은 경기 성남시의 영생관리사업소로 이동해 화장됐다. 생전에 금슬이 너무나도 좋았다는 정씨 부부는 나란히 바로 옆에서 화장됐다.


11살 막내딸은 아빠와 엄마의 화장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관망대를 오가며 펑펑 울었다. 정씨의 회사 동료는 "무엇보다도 어린 세 아이들이 가장 걱정된다"며 "저 어린 나이에 앞으로의 긴 삶을 부모 없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시간 반 가량의 화장이 끝나고 정씨와 권씨의 유골이 나오자 가족들은 또 다시 무너져 내렸다. 정씨의 유족 B씨는 "사고가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아직은 아이들의 앞으로의 삶이라든지 가정의 상황 등을 돌아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며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