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엠넷 방송을 통해 음악 산업의 첫발을 디딘 CJ는 초창기 소속 가수를 둔 기획사와 유통사로 면모를 갖췄다. 시작은 여느 음반 유통사가 걷는 길과 다르지 않았다.
음악이라는 분야는 영화와 방송처럼 산업화되기 힘든 구조에다, 사업자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일반적인 기획사와 유통사 개념으로는 음악 산업을 키우기 힘들다는 걸 미리 내다본 것이다.
실무자들은 그러나 이 회장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는 “한단계 앞서 본 이 회장의 방향과 의지를 실무자가 따라가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글로벌’을 주문했는데, ‘대출 투자’에만 전념하는 바람에 글로벌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했다”고 했다.
실패와 한계를 경험한 뒤 사업의 목표와 구상은 전면 수정됐다. 기획사가 좋은 스타를 만들면, CJ는 기획사를 스타로 만들어 해외 진출을 구상했다. 대출 사업은 그렇게 투자 사업으로 바뀌었다. CJ가 가수도 키우지만, 가수보다 레이블을 만들어 음악을 산업화하고 건전한 콘텐츠로 세계에 진출하는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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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사업도 초창기엔 선급금 개념으로 접근했으나, 결국 CJ가 직접 제작과 마케팅에 나서면서 제작 퀄리티를 높이고 해외 네트워크를 긴밀히 쌓을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지산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 CJ는 지난해 지산에서 안산으로 자리를 옮긴 4만평 부지에서 새로운 페스티벌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M
음반 사업에선 매년 2000여곡의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며 100여개 기획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음악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레이블 체제’의 도입이다. 음악과 아티스트 제작에 집중하며 투자, 유통, 마케팅 등 전반적인 사업 인프라를 지원해 기업과 기획사가 동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인 셈.
안석준 대표는 “역량있는 기획사들이 제작에 집중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기업은 이를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한국 음악산업 자체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을 담보하는 콘서트 사업은 해외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보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The 신승훈 Show’ 등 브랜드 콘서트와 성시경, 인피니트, 이글스, 마룬5 등 매년 국내외 200여개 공연을 연출하는 노하우를 해외로 그대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
“3년 전만하더라도 국내 B급 아이돌 스타들도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무성의한 공연에도 많은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콘서트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가장 믿었던 동남아시아에서도 낭패를 볼 확률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우리 PD들 직접 보내서 질 높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꾸리는데 앞장서고 있어요.”(안석준 대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매년 연인원 10만명의 관객을 모은 페스티벌 사업(지산밸리록페스티벌)도 국내 음악 산업의 덩치를 키우는데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해부터 지산에서 안산으로 장소를 옮긴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4만평 규모의 전용 부지를 마련, 앞으로 10배 이상 투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대사업의 경우 CJ는 애플에 인수된 헤드폰 브랜드 ‘비츠바이닥터드레’의 한국 마케팅 및 유통을 맡고 이 사이트를 통해 한국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한다. 또 버클리음대 등과 해외 대중음악 장학제도 ‘M-아카데미’를 설립해 재능있는 신인 뮤지션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4억원으로 장학금 규모도 점차 늘리고 있다.
CJ E&M 음악사업부문 안석준(오른쪽) 대표와 세계적인 프로듀서 퀸시 존스는 지난해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을 위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제공=CJ E&M
안석준 대표는 “유명한 미국 아티스트와 한국 아티스트가 콜라보레이션(협업)하는 수준으로 만족하는 작은 의미의 글로벌이 아니라 ‘설국열차’ 같은 식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유니버설 뮤직’. CJ가 꿈꾸는 음악 산업의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