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업에 대한 CJ의 생각은 처음부터 ‘최초’ ‘최고’, ‘글로벌’ 세 가지 키워드로 향했다.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영화관(강변CGV11)을 도입한 것은 물론, 디지털 상영(영화 ‘어깨동무’)도 첫 번째로 시도했다. 관객 동원력에 있어서도 ‘명량’은 1760만여명을 동원해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올라있다.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흥행 ‘톱10’에도 CJ 영화들은 ‘명량’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운대’ 3편이 올라 배급사 쇼박스와 같은 수를 기록했다.
CJ는 97년 한국영화 1호인 ‘인샬라’에서 관객 5만명 동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참패의 쓴 맛을 봤고, 17년만에 1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명량’으로 최고의 흥행을 맛보기도 했다. 포물선처럼 극과 극을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는 영화의 배급 방식과 투자 대상, 합작 등 제작 방법을 전면 수정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역대 한국 영화 중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으며 '톱10'에 든 CJ E&M 영화들. 이 중 '명량'은 1760만여명을 모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 '글로벌 3.0' 전략…한국의 기획·제작+현지 배급 등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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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출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영화 수출의 주요 시장은 80%의 비중을 차지한 일본이었다. CJ는 한류 스타 의존만으로는 수출 판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2006년을 기점으로 일본 이외의 지역에 수출길을 마련하고 배우보다 콘텐츠로 승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는 전력을 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아진 전략의 정점이 ‘글로벌’이다. 이미 드림웍스와의 합작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시작한 CJ는 합작의 단계를 넘어, 배우를 할리우드에 수출하고(이병헌 ‘지.아이.조’), 해외직배사업을 하는 등 다각적인 글로벌 전략을 실천해나갔다.
CJ E&M 영화사업부문 투자1팀 이창현 부장은 현재 CJ의 글로벌 진화 단계를 ‘3.0’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장에 따르면 영화제 마켓에 한국 영화를 파는 형식은 ‘1.0’, 이변헌 등 한류 스타나 한국의 유망 감독들을 할리우드에 진출시키는 작업은 ‘2.0’, 다른 지역에 기획이나 제작에 직접 참여해 로컬과 글로벌을 동시에 구현하는 일은 ‘3.0’이다. 베트남 등지에서 배급 역량을 확보하고, 우리의 콘텐츠를 쏟아넣어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글로벌 3.0’의 핵심인 셈.
'이별계약'
‘이별계약’은 치밀하게 현지 시장과 문화 트렌드를 조사해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인 중국 시장을 읽고 ‘한국형 멜로’ 장르를 녹여낸 뒤 양국의 제작진과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가 참여하는 새로운 글로벌 모델의 창조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창현 부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 현지에서 3, 4년간 꾸준히 문화적 정서를 학습했다”며 “여기에 한국의 숨결을 계속 드러내는 작업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설국열차'
‘글로벌 프로젝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할리우드 합작영화 ‘설국열차’는 전세계 167개국 배급을 확정했고, 가수 보아가 주인공으로 나선 3D 댄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Make your move)는 54개국에 선판매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또 한중합작프로젝트 ‘평안도’와 ‘수상한 그녀’의 중국 리메이크작인 ‘20세여 다시 한번’도 잇따라 기획 제작중이며, 한국과 베트남의 최초 공동 작품인 ‘호이가 결정할게’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CJ는 오는 2017년까지 아시아 주요 시장에 제작 및 배급 역량을 갖춘 스튜디오를 마련, 현지 투자제작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글로벌 성장을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CJ E&M 영화사업부문 정태성 대표는 “한국 영화가 글로벌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국가간 합작 영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중국과 동남아권에서의 합작 영화는 글로벌 매출의 신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