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을 오가면서 제작진의 심신이 ‘단련’된 건 두 말 할 나위없다. 엠넷 초창기 시절로 거슬러올라가면 상황은 더 열악했다. 제작비 5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안 해 본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다. 신형관 엠넷 상무는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하는 케이블 방송 PD는 공중파 방송을 제치는 의지력과 모험심을 시험받는다”며 “문화 DNA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CJ E&M의 간판 프로그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AMA' '슈퍼스타K'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4'. /사진제공=CJ E&M
“너바나가 마이클 잭슨 잡는 걸 본 세대이기 때문에 영미권이 주도한 세계 대중문화의 바통은 이제 우리나라에게 넘어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있었어요.”(신형관 상무)
아시아에 국한된 듯 보이는 무대는 내용면에선 세계적 스타가 참가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엔 ‘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를 비롯해 패리스 힐튼, 곽부성 등 동서양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해 내실있는 콘텐츠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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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특성상, 쉽게 나서기 어려운 일들에서 CJ는 늘 두발짝 성큼 앞서갔다. 2006년 tvN 개국 때, 송창의 공동대표는 “지상파 방송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건드려보려고 한다”며 “색다른 콘텐츠가 담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늘려 승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tvN이 2007년 첫선을 보인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 당시 다큐와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CJ E&M
‘시즌 1’에 71만명의 참가자는 ‘시즌 2’에 134만명, ‘시즌 3’ 196만명, ‘시즌 4’ 208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온 국민을 ‘오디션 세계’로 빠뜨렸다.
이 프로그램 이후 지상파 방송들이 되레 ‘베끼는’ 역풍 현상이 생겨났고, 인기가 아닌 재능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 신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도 안겨줬다.
수십년간 지상파 방송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려운 분야인 드라마에서도 CJ는 열풍을 몰고 왔다. 드라마의 위력을 보여준 작품은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7’과 속편인 ‘응답하라 1994’(2013년)였다.
드라마의 해외 수출도 이어졌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는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일본 지상파 채널인 TBS에서 방영됐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은 ‘나인’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실버 예능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도 CJ였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재미있는 예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졌고, ‘톱스타 출연’을 예능의 대세 또는 공식처럼 여긴 기존의 문법도 어김없이 깨뜨렸다.
CJ E&M은 2011년 모두 18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종합 콘텐츠기업으로 거듭났다. 비슷한 느낌의 중복 채널이 교차할 법한데도, 각 채널은 요리, 패션, 음악, 영화 등 또렷한 자기 색깔을 유지한 채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각 콘텐츠 분야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색깔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하지만 독창적인 콘텐츠를 위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장르를 개척하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할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색깔이 존중받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