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A·슈스케·응답하라…지상파 무너뜨린 '참신한 도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10.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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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코리아/CJ의 20년 집념]④CJ E&M, 콘텐츠로 말하다:방송 - '예능의 공식'을 바꾸다

편집자주 ‘설탕’을 팔던 제일제당이 1995년 CJ로 개명하고 영상을 시작으로 ‘문화’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0년째다. 잘 나가던 제조업부문 1위 기업이 돈도 미래도 보이지 않던 문화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업계에선 “불가능한 도전”이라며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1년, 10년, 20년 세월을 버티면서 이룩한 문화사업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미래를 담보하는 우량주로 발돋움했다. 2014년, 대한민국 곳곳 어디에서도 CJ가 만든 문화의 흔적을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때론 넘어져 깨지고, 때론 무모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늘의 문화산업을 견인한 CJ. 이 그룹이 이제 제일 잘하는 사업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20년 문화 사업의 발자취를 시리즈 7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MAMA·슈스케·응답하라…지상파 무너뜨린 '참신한 도전'


CJ E&M 방송부문에서 가장 힘들기로 소문난 채널이 올해로 20년 된 엠넷이다. 이 채널에서 역대 방송 중 가장 높은 순간 시청률을 자랑한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 2’로 21.15%를 찍었고, 가장 낮은 시청률은 ‘슈퍼스타K 5’의 1.78%였다.

대박과 쪽박을 오가면서 제작진의 심신이 ‘단련’된 건 두 말 할 나위없다. 엠넷 초창기 시절로 거슬러올라가면 상황은 더 열악했다. 제작비 5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안 해 본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다. 신형관 엠넷 상무는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하는 케이블 방송 PD는 공중파 방송을 제치는 의지력과 모험심을 시험받는다”며 “문화 DNA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CJ E&M의 간판 프로그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AMA' '슈퍼스타K'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4'. /사진제공=CJ E&M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CJ E&M의 간판 프로그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AMA' '슈퍼스타K'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4'. /사진제공=CJ E&M
엠넷의 연말 음악 축제인 MKMF는 2009년 MAMA로 변경됐다. 국내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MAMA는 2010년 마카오에서 아시아 첫 투어를 개최했다. 더 커진 시상식에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제작진은 “해보기 전엔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 때 이들이 본 건 ‘1%의 가능성’이었다.

“너바나가 마이클 잭슨 잡는 걸 본 세대이기 때문에 영미권이 주도한 세계 대중문화의 바통은 이제 우리나라에게 넘어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있었어요.”(신형관 상무)



이 행사에 PD 수를 들으면 다른 채널 PD들도 놀랄 정도다. 지난해 현지에 참여한 PD가 50명, 스태프는 1700여명에 달했다. 행사는 일회성이지만, 이 기간 벌어지는 규모는 중소기업에 버금간다. 무대장치와 세트 제작, 영상, 조명, 숙박, 여행, 보안 등 국내외 다양한 협력업체 50개가 산업 활성화에 일조한다.

MAMA·슈스케·응답하라…지상파 무너뜨린 '참신한 도전'
MAMA는 전세계 93개국 주요 방송국에 송출하고(시청자 약 24억명),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소비하고(시청자 약 2000만명), 세계 300여개 매체에 소개되는 마케팅 효과를 감안하면 모두 2600억원의 직간접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에 국한된 듯 보이는 무대는 내용면에선 세계적 스타가 참가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엔 ‘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를 비롯해 패리스 힐튼, 곽부성 등 동서양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해 내실있는 콘텐츠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방송 특성상, 쉽게 나서기 어려운 일들에서 CJ는 늘 두발짝 성큼 앞서갔다. 2006년 tvN 개국 때, 송창의 공동대표는 “지상파 방송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건드려보려고 한다”며 “색다른 콘텐츠가 담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늘려 승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tvN이 2007년 첫선을 보인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 당시 다큐와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CJ E&M<br>
 tvN이 2007년 첫선을 보인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 당시 다큐와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CJ E&M
시장에서의 반응은 엄청났다.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속 예능 프로그램과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독특한 다큐 드라마가 신선한 충격을 주며 시청자를 흡입했다. 가장 화제를 일으킨 프로그램은 2009년 국내 처음 소개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리즈였다. 참가 인원만 봐도 이 프로그램이 불러일으킨 신드롬의 경지를 가늠케했다.

‘시즌 1’에 71만명의 참가자는 ‘시즌 2’에 134만명, ‘시즌 3’ 196만명, ‘시즌 4’ 208만명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온 국민을 ‘오디션 세계’로 빠뜨렸다.
이 프로그램 이후 지상파 방송들이 되레 ‘베끼는’ 역풍 현상이 생겨났고, 인기가 아닌 재능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 신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도 안겨줬다.

수십년간 지상파 방송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려운 분야인 드라마에서도 CJ는 열풍을 몰고 왔다. 드라마의 위력을 보여준 작품은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7’과 속편인 ‘응답하라 1994’(2013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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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한 편도 찍어보지 않은 예능 PD와 예능 작가가 뭉쳐 ‘집단 창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고, 스토리 전개나 캐스팅 등 기존 흐름과는 전혀 다른 창조적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워 11.9%라는 최고 시청률을 써내려갔다. 이 시리즈 드라마로 시작된 복고 열풍은 ‘복고 경제 효과’로 이어져 의류, 신발 등 800억원의 관련 업계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의 해외 수출도 이어졌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는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일본 지상파 채널인 TBS에서 방영됐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은 ‘나인’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실버 예능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도 CJ였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재미있는 예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졌고, ‘톱스타 출연’을 예능의 대세 또는 공식처럼 여긴 기존의 문법도 어김없이 깨뜨렸다.

CJ E&M은 2011년 모두 18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종합 콘텐츠기업으로 거듭났다. 비슷한 느낌의 중복 채널이 교차할 법한데도, 각 채널은 요리, 패션, 음악, 영화 등 또렷한 자기 색깔을 유지한 채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각 콘텐츠 분야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색깔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하지만 독창적인 콘텐츠를 위해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장르를 개척하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할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색깔이 존중받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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