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밑에 싱크홀이?" 한국형 싱크홀, 괴담 혹은 진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4.08.29 05:08
글자크기
석회암층에서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의 대형 싱크홀 / 사진=서울시 제공석회암층에서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의 대형 싱크홀 / 사진=서울시 제공


북미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이 국내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근거를 제시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28일 서울시가 원인 및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싱크홀 원인' 석회암 지대 어디까지?



서울시가 발표한 '도로함몰 원인조사 및 특별관리 대책발표'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이나 화산재 지반에서 발생한다. 포장 도로 밑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거나 화산재 지반이 홍수로 인해 균열을 일으켜 거대한 싱크홀을 발생시킨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토가 화강암, 편마암 등의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는 설명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은 강원도 석회 동굴이 생기는 원리와 같다"며 "거기에다 주택 택지를 조성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서울 지역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석회암 지대가 강원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011년 9호선 설계 단계에서 진행한 석촌동 시추지질 조사에서 가로길이 0.4~1m의 석회동굴이 발견됐고 이번 석촌 지하차도 동공에서도 석회암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석촌동 일대는 화강암이 아니라 변성암 지역으로 충분히 크고 작은 규모의 석회암이 있을 가능성 있다"며 "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명 지역 역시 석회암 지대다. 석회암 지대가 강원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제2롯데는 안전할까


제 2롯데월드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논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제 2롯데월드 일대 지하가 모래층으로 이뤄졌으나 모래층을 파내고 암반 위에 기초를 세워 기울거나 침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암반 성분에 따라 안정성 여부는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이 지역 지질도 등을 분석한 결과 지하 16~19m까진 모래층이 깔려 있고 그 밑은 암반층으로 구성돼 있다"며 "롯데월드 터파기 공사를 최대 37m 아래로 했기 때문에 싱크홀을 유발하는 모래층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 측이 안전한 기초공사를 했다는 전제 하에 건물이 기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교수는 암반 밑에 어떤 성분의 암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암반 위에 기초를 세운다고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암반 밑에 동공이 있는지 석회암 성분의 암석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인근 석촌동에서 석회암이 발견된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제2롯데월드의 안정성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하부에서 13m 길이의 동공 등 빈 공간 다섯 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 사진=뉴스1서울시는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하부에서 13m 길이의 동공 등 빈 공간 다섯 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 사진=뉴스1
◇석촌 지하차도 조사결과 엇갈린 반응

석촌 지하차도 대형 동공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촌 지하차도 대형 동공은 시공사의 부실 공사로 잠정 결론지으며 대형 구조물은 공공부지에 조성되는 만큼 주택가에 대형 동공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석촌 지하차도 동공은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시공사의 품질 관리 실패로 잠정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흙을 파내는 실드 공법을 하면서 터널 주변 흙을 다지는 그라우팅 작업에 부실했다는 것.

박 교수는 "부실시공으로 인해 동공이 생기는 지하 구조물은 공공부지에 조성되고 주택가에는 조성되지 않는다"며 "간혹 지하차도나 지하철은 주택가 지하를 지날 수 있으나 이 경우 암반층을 통과한다"고 말했다. 모래층이 지하수에 의해 쓸려나가 생기는 동공이 주택가 지하에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하수관 누수로 인해 흙이 쓸려나가는 지반 침하가 발견되지만 그 크기가 1m 내외를 보이고 있다"며 "타박상이나 골절상 등 사고가 날 수는 있지만 해외 사례에서 보듯 사망 사고 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석촌동 일대에 석회암이 발견된 만큼 어떤 것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교수는 "같은 실드 공법을 사용했을텐데 지하철 공사 구간 870m 중 유독 석촌 지하차도 100여m 구간에서 동공이 발견됐다"며 "이는 시공사의 부실시공 뿐 아니라 지질학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