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속기록]경제살리는 '학교옆 호텔법'?, 국회 논의는 단 2차례…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4.09.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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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 '민생 법안' 선정해 국회 통과 요구…與野 추가 논의 못하고 있어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문화연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학교 주변 호텔건립추진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4.7.22/사진=뉴스1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문화연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학교 주변 호텔건립추진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4.7.22/사진=뉴스1


청와대가 최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조속한 개정이 필요한 법률 중 하나로 '학교 옆 호텔' 건립을 허락하는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꼽았다. 경제 살리는 '19개 민생법안'에도 선정된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지금껏 단 2차례만 논의가 이뤄졌을 뿐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정부·새누리당과 '대한항공 특별법'이라는 일종의 특혜법안이자 교육권·보건권 침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가 2년째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차 논의, '기대 있었지만 일단은 부족하다'…우려 앞서

지난해 6월17일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조현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개정안에 대해 처음 설명했다. 법안 발의는 2012년 10월9일이었지만 상임위 논의는 처음이었다.



"개정안은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통한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환경을 저해하는 유해시설이나 사행행위장 등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겁니다."

"(현재는) 학교(절대)정화구역 50m 안에 숙박시설이 전혀 들어갈 수 없게 돼 있고, 상대정화구역(50~200m 사이) 안에는 심의를 거쳐서 허용됩니다. 지금 전체적으로 166개 호텔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200m 안에는 교육청 심의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2년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호텔 43개, 관광숙박사업이 중단돼 있습니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학교보건법이 정하는 '정화구역' 내 호텔을 교육청 승인 등 없이 건립할 수 있도록 해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비해 숙소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논의가 진행된 이날은 '관광대국'을 위한 개정안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도 했지만 우려가 더 큰 듯 보였다.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14만 시대에서 2000만, 3000만 관광시대를 향해 가야하는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국민 일자리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이지요."(염동열 새누리당 의원)

하지만 교육권 침해 부분과 대한항공 특혜법 논란에 대한 야당 반박이 곧 제기됐다.

"아무리 숙소가 부족하다고 학교에서 50m 떨어진 곳에다 관광숙박시설을 짓는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 유인할 수 있는 유흥업소가 들어설 수밖에 없어요. 왜 여기에 지으려고 하는지…."(이용섭 전 새정치연합 의원)

"실질적으로 보면 현재도 상대정화구역에서 교육감이 인정할 때는 영업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지금 있는 상태로 보면 굳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렇지요? 누가 보더라도 대한항공을 위한 법이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는데요."(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

현재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3만7141㎡에 7성급 한옥호텔을 건립하려던 계획은 교육청 승인 등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호텔 건립이 가능해져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신학용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 4월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14.4.15/사진=뉴스1신학용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 4월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14.4.15/사진=뉴스1
◇2차 논의, 與 "빨리 통과시켜야" vs 野 "수정안도 여전히 문제"

2차 논의는 1차 논의 후 10개월이 지난 후에야 재개됐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지난 4월16일 법안소위에서다. 이날 논의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시한 정부 측에 발맞춰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야당은 첫 정부 발의안과 변한 게 없다고 맞서며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음 제시했던 내용 중 크게 세 가지를 수정했습니다. 첫째로 첫 안은 절대정화구역(50m안)까지 포함됐었지만 적용구역을 대폭 축소해 학교로부터 50m를 이격시키도록 조치했습니다. 둘째로 일반 모텔과 차별화되도록 규모를 100실 이상으로 마련했고, 셋째로 유해시설이 전혀 없는 호텔이지만 만약 적발되면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후관리감독을 추가했습니다."(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

정부는 첫 논의 후 야당과 시민단체가 지적한 교육권 침해 부분과 유해환경에 대한 우려 등을 보완해 수정안을 소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개정안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학교 주변에 저촉되는 시설이 있어요. 법 통과로 오히려 학교 주변을 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겠나 합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토론회도 많이 했고, 계속 수정안이 나오는데 이제 더 고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우리나라 관광객이 이제 1400만, 1500만 이렇게 되면 호텔이 많이 부족할텐데 (현재는) 대부분 경기도 화성 이남 지역까지 가는 것으로 메운다고 그러지요?(조 1차관 : 충남 천안까지도) 그러니까 학습권 보장은 우리가 지켜줘야 하지만 한국이 관광대국으로 가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하고 발전 시켜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아주 무겁게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여당 목소리가 높아지자 19대 상반기 교문위 여당 간사로서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같은 의견을 모아 개정안을 다음 상임위 논의에서 우선 검토하자고 요구했다.

"그동안 정부 개정안이 일괄적 규제를 푸는 형태여서 우려가 있었지만 수정안을 내서 문제가 상당수 해소되지 않았나 합니다. (중략) 다음번 상임위 때 우선적으로 소위에서 검토하도록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하지만 야당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마지막 말씀은 못박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반대했다. 야당은 수정안 소개에도 우려는 여전하다며 개정안 통과가 불가하다고 재차 밝혔다.

"오늘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셨는데 단순히 지금 법안 심사하다가 수정안을 바로 검토해서 심의하고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더 폭넓은 검토를 위해서 심의를 다음 번으로 미뤘으면 좋겠습니다."(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

"야당이 계속 문제 제기해왔던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 법안을 다루는 게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체부는 '사실상 대한항공이 포기할 것이다'라고 얘기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런 입장을 밝힌 적 없습니다. 또 유해성 없는 호텔 얘기하는데 대실 영업은 제대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나옵니다. 그리고 호텔이 학교 근처에 들어올 경우 대형버스 등에 의한 교통혼잡에 따른 학생 안전 문제도 다뤄져야 합니다."(유기홍 새정치연합 의원)

개정안은 이후 세월호 참사 후 추가 논의될 기회가 없었다. 현재까지 세월호 정국에 국회가 곳곳 멈춰선 상태다. 더욱이 담당 상임위인 교문위는 법안소위 분리 등을 두고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해 아직까지 소위가 구성되지 못했다. 반면 정부는 시급한 민생법안을 앞세워 국회에 개정안 통과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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