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로비'에 막힌 '소방시설 공사법'…10년째 국회 표류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4.08.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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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입법 로비 논란-②]입법로비 건설사 40% 중간마진에 부실 소방공사…소방시설공사업 10년 넘게 표류

소방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일괄발주' 대신 '분리발주'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10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국회가 종합건설사들의 배를 불리는 동안 소방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시설 공사 발주금액은 약 3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소방시설 공사에 쓰인 금액은 절반 가량인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일괄발주' 방식에 따라 종합건설사들이 소방시설 공사를 따낸 뒤 다시 소방시설 전문업체에 하청을 주면서 약 35~40%를 중간마진으로 챙기는 관행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어드는 셈이다.

출처 :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2013년 국감백서출처 :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2013년 국감백서


화재 발생 시 방화셔터나 스프링쿨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소방시설 공사 수주 방식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소방시설 공사를 지금처럼 종합건설사에 일괄발주하는 대신 소방시설 전문업체에 직접 분리발주토록 내용의 법안이 16대 국회 이후 지속적으로 국회에 제출돼 왔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건설업계의 반대와 정부의 유보적인 태도 탓에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건설업계가 국회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입법로비'를 펼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만도 소방시설 공사에 분리수주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지난해 4월과 6월 서병수,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올초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수차례 논의됐으나 일부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아직까지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16~18대 국회에서도 2건의 의원 입법과 2건의 정부 입법, 총 4차례에 걸친 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뒤 소방시설 안전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남경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 같은 취지의 소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출신의 한 상임위원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회기종료로 자동폐기됐다.



또 2009년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에는 아예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회기종료를 맞아 폐기됐다.
국회 안행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 건설사들과의 관계나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때문에 아무래도 건설업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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