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번복 요지경 '매출액 0원? 매출액 넘는 영업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4.05.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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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을 잘못 집계했다가가 외부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아 번복하는 코스닥 기업들의 정정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은 전날까지 최근 4일간 총 68건의 정정공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 발행가액 변경에 따른 증권신고서 수정 등 정상적인 이유에 따른 것도 있으나 올 1분기 사업 보고서 변경도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팹리스 반도체 개발업체 엘디티 (2,830원 ▼25 -0.88%)는 이달 15일 분기 보고서에 영업손실을 1억원으로 기재했으나, 이후 정정공시를 통해 슬그머니 영업손실을 7억원으로 바꿔놨다. 이로 인해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율이 4%에서 30%로 치솟았다.



라이온켐텍 (2,870원 ▼10 -0.35%)은 올 1분기 보고서에서 영업이익 208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공시했었다가 이를 수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매출액(182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로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옮겨 기재하는 과정에서 수치 단위를 착오했다는 게 회사측의 해명이다. 부랴부랴 이를 고쳤으나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혼선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유니드코리아 (0원 %)는 1분기 재무제표 중 연결포괄손익 계산서 작성에서 큰 실수가 있었다. 230억원의 매출액이 '0원'으로 증발한 것이다.


사업내용과 관련한 정정공시도 상당했다. 희림 (6,200원 ▼80 -1.27%)은 2012년 퓨리에인터내셔널과 맺었다는 165억원 규모의 스리랑카 경마장 복합시설 설계용역을 아직도 공시하고 있다.

원래 이달 20일까지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었는데, 이를 2017년 5월말로 다시 연장했다는 정정공시를 얼마 전 내놨다. 당초 계약시점부터 5년이나 흐른 것이라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투자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라이콤 (6,870원 ▲90 +1.33%)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재현황 내용을 넣지 않았다가 정정공시를 냈다. 2011년 코스닥시장본부에서 공시위반 징계를 받았는데 이를 뺀 것이다.

이 밖에 대한광통신 (1,232원 ▼28 -2.22%)일경산업개발 (2,855원 ▼140 -4.67%)은 영업양수도와 관련한 사후정보 미제공, 최근 3년간 제제사실 미기재 등의 사유로 정정공시를 했다.

공시업무에 많은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는 코스피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녹십자 (113,900원 ▼3,700 -3.15%)는 1분기 실적을 부풀려 잡았다가 외부감사 후 이를 정정했다. 당초 32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86억원으로 줄었고, 이로 인해 각종 경영지표가 모두 변경됐다.

GS (43,800원 ▼300 -0.68%)는 오너인 허창수 회장의 지난해 급여총액을 잘못 적어 분기보고서를 정정했다. 허 회장은 급여 4억8200만원과 상여금 2억8400원을 합해 7억6600만원을 받았는데, 이를 9억2600만원으로 잘못 기재했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 (3,180원 ▼20 -0.63%)은 3명 임원의 인적사항을 잘못 기재해 정정했고 삼성증권은 공모 파생결합증권(DLS) 신고서 작성 책임자인 직함을 오기하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

증권가 관계자는 "상장사 공시는 워낙 방대한데다 내부자료 취합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실적이나 계약 등 주가에 민감한 공시는 신중해야 하는데 아직도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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