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전시장소 /사진=김홍선
그런데, 밀라노에서 미리 예약과 선결재를 해 놓고 충분히 시간을 잡아서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 그것도 단 하나의 그림을 위해서다. 바로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다.
드디어 벽화가 있는 방(본래 수도원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른쪽 벽에 커다란 벽화가 보인다.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는 듯한 감동에 휩싸이면서 그림에 빠져들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살아서 앉아있는 듯하다. 제자들의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를 미리 공부하고 가서인지, 정적인 그림 안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이 만찬에 같이 앉아 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얼마나 인상이 강렬했던지, 두 달이 다 된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피렌체공방 - 복원예술장소 /사진=김홍선
물론 나는 비전문가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의 개인적 감정이 중요한 것 아닌가? 우리 그룹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고, 다음 그룹은 러시아에서 온 단체였다. 원본 작품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왜 수많은 관람객이 예약까지 하면서 멀리서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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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복원 기술이 치밀하고 철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진정성과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과학적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상상이 간다. 이 위대한 작품의 복원을 위한 전문가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우피치미술관에서 메디치가로 연결된 다리 /사진=김홍선
유럽에서 예술 복원 전문가는 전문성이 중시되는 직업이다. 전문학교에서 철저한 이수와 훈련을 통해 육성된다. 과학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며, 역사와 예술에 대한 높은 소양이 요구된다. 여기에 소명감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한 마디로 예술과 과학을 융합하는 창조형 인재다.
루브르박물관 입구 /사진=김홍선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예술품을 접하면서, 그들은 나름대로 예술적 감흥에 젖을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과학에 소질이 있고 예술품에 관심이 있다면, 복원 예술의 경력을 추구할 수도 있다. 이미 검증된 학교 과정이 있고, 그곳을 나오면 일자리도 있다. 중요한 문화유산이니 후원자도 풍부할 것이고, 예술품은 영원하니 평생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찾는 세계인을 기쁘게 하니 보람이 크다.
예술의 가치를 키우는 과학의 힘
예술은 과학이 뒷받침될 때 더욱 빛이 난다. 문화 콘텐츠를 키우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역할은 인문학자나 예술가만의 임무는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과학을 접목하고, 그런 융합적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한국은 세계적 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해서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치밀한 전략과 추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1982년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의 복원을 위해 선뜻 지원한 곳은 일본의 NHK였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 일본의 문화적 위상은 크게 좋아졌다.
최근 인문학 붐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이 일부 인기 교양 강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둬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문화유산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과학적 전문성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융합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다.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것은 창조형 융합으로, 고부가가치이며, 세계화이다. 또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고급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편 IT는 융합의 플랫폼을 형성하고 다양한 전문가 그룹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준다. 이러한 역할에 IT를 제대로 활용해야 진정한 IT 강국이다.